지난 5월 6일 오후 이권사와 함께 덕암 안장섭 동기가 입원한 삼성 의료원을 찾았다. 양제역에서 3호선으로 갈아 타고 일원역에 내렸지만 어린이날 연휴라 셔틀뻐스가 없다. 한참 걸어서 입원한 병동으로 갔으나 면회시간이 지났단다. 직원에게 사정 사정해서 병실로 올라가 까운으로 갈아 입고 덕암을 찾았다.

 너무 수척하고 피골이 상접함은 물론 코와 팔목엔 각종 호스가 연결되어 있어서 알아 보기가 힘들었다.손은 호스를 뺄까 봐 벙어리 장갑을 끼워서 잡을수가 없었고 손목을 잡으니 피부가 끈적거린다.간병인이 자주 목욕을 시켰을리 없다.나를 알아 보겠냐고 소라를 지르니 머리를 끄덕인다. 이권사도 알아본다. 감사할 일이다. 간병인의 말에 의하면 오전에는 작은 아들이 왔는데도 몰라 보았단다.

 시편 103편 '그가 네 모든 죄악을 사하시며 네 모든 병을 고치시며 네 생명을 파멸에서 구원하시고- - - '를 읽고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한다음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드림니다라고 했더니 '아 멘'하고 큰소리로 호응한다. 그 소리는 지금도 내 마음에 파동을 준다

38년 전 육본에 근무할때 덕암 모친 장례식에 뻐스를 타고 군산까지 가본 적이 있다. 집은 큰 한의원 집안이었다. 그는 학이 구름을 타고 창공을 날으는 모습같고 선비같은 기질은 어려운사람을 위해 봉사하는 한방집안의 전통과 가풍에서 온것이리라. 장남 재신이가 원장인 이비인후과 의원이 성황을 이루어 덕암이 사무장으로 병원에 출근하는 모습은 동기생들의 부러움의 대상이었고 동기회 남해안 여행을 갔을때는 최권사와 나란히 동백숲을 정답게 거닐던 모습은 지금도 눈에 선하다. 

 잠시 명상에 잠겨 있는데 간병아줌마가 빨리 돌아가 달라고한다.기저귀를 바꿀 시간이란다. 돌아오는 지하철에서 그 병상을 생각했다.그 여러 호스들이며 벙어리 장갑이며 간병인이 덕암에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나님의 품이 더 평안하지 않을까? 생각을 바꾸어도 때는 이미 늦었다.지금에 와선 본인도 의사인 아들도 처방을 바꿀수 없다. 집에 돌아와서 내가 쓴 사전 의료 의향서를 다시 한번 드려다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