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전문분야 인력의 정년 제도를 재검토해야 한다. (서해, 2019.10.)

미국의 구디너프 교수는 97세로 지난 10월 9일 리튬이온 배터리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올해 노벨 화학상 공동 수상자로 선발되었다. 역대 최고령으로 노벨상을 수상한 그는 정년 제도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는 일괄적으로 65세가 되면 정년으로 직장을 떠나야하는 제도가 부당함을 지적했다. 그는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로 있던 1976년 옥스퍼드 대학교의 스카우트 제의를 받고 옥스퍼드대로 옮겼다. 그러나 65세를 1년 앞둔 1986년 대학 측이 65세가 되면 정년퇴직해야 한다고 퇴임을 요구하자 나이와 무관하게 교수직을 이어갈 수 있도록 보장한 텍사스대로 자리를 옮겼다. 97세의 그는 현재까지 텍사스대에서 연구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그는 지금도 매일 일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그는 나이가 들었다고 강제로 퇴직시키는 것은 전문가를 내쫓는 어리석은 일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그는 87세에 에너지 연구 분야에서 세계적인 권위를 가진 '엔리코 페르미상'을 수상한 것을 비롯해 80대 이후에도 뛰어난 연구 성과를 올렸다.

영국 정부는 2011년에 의무적인 정년 퇴직제를 폐지했다. 기업이나 대학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고령자를 계속 고용할 수 있도록 탄력적인 정년제를 운영할 수 있게 했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대학이 강제 정년 퇴직제를 없앴지만 양대 명문인 옥스퍼드대와 케임브리지대는 현재도 여전히 예외 없는 정년퇴직제를 유지하고 있다. 옥스브리지는 나이 든 교수를 정년 퇴직시켜야 젊은 연구자들에게 기회를 주고 학교에 새 바람을 불어넣을 수 있다며 정년 퇴직제를 유연하게 바꿀 의사가 없다면서 현 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한 주장을 할 수도 있다. 두 의견에 장단점이 있고 기관의 특성에 따라 선택하는 정책이 다를 수 있지만 급속히 변화하는 인류사회에 어느 제도가 적합한가는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그러나 세계 인류 문화의 급속한 변화와 인류 문명에 적합한 제도가 어떤 제도인지는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최근 주요 선진국들은 고령화와 인구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근로자들의 정년을 올리거나 아예 폐지하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 등에 따르면 미국은 이미 30여 년 전 정년 제도를 없앴다. 1967년 정년을 65세로 정한 미국은 1978년에는 70세로 올렸다. 그러다 1986년에는 정년제를 없앴다. 정년을 정하는 것 자체가 나이에 따른 차별이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이 때문에 미국 기업은 기본적으로 나이를 이유로 근로자를 해고할 수는 없게 되었다. 영국도 마찬가지다. 2011년 전까지는 정년이 65세였지만, 2011년에는 연령 차별을 방지하는 차원에서 이를 없앴다. 정년퇴직은 경찰 등 직업 특성상 육체적 스트레스 등으로 인해 정당화되는 특정 직업군에서만 허용되고 있을 뿐이다. 독일은 현재 정년이 65세로 규정돼 있는데, 2029년까지 67세로 연장할 예정이다.

일본도 정년 연장을 추진해왔다. 1986년 정년이 60세가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규정을 만들었고, 1989년에는 계속 고용 노력 의무 연령을 65세로 올렸다. 이후 1994년에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의무화하도록 법을 개정해 1998년부터 지금까지 시행해오고 있다. 다만 일본은 일손 부족과 연금 지급에 따른 국가의 부담을 덜기 위해 2025년부터 65세 이하 희망자 전원을 대상으로 시행할 예정이다. 일본은 근로자들의 정년보다 더 오래 일할 수 있도록 미국처럼 정년을 폐지하거나, 정년을 65세로 하거나, 정년은 60세로 하되 이후 65세까지는 계약을 연장해 고용을 유지토록 하는 방식 가운데 기업이 하나를 선택해서 시행토록 하는 제도를 추진하고 있다.

선진국들은 인구의 감소와 노동인구의 급격한 감소로 재고용, 정년연장, 정년폐지 방향으로 정책을 수정하고 있다. 급속한 고령화로 생산 가능인구 감소와 경제성장률 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각국 정부가 장기적으로는 정년폐지까지 검토대상에 올려놓고 있다. 다만 기업의 부담을 덜고 청년층 고용과 상충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령자 시간제 근무와 임금 조정 등 노동 유연성 확보 방안이 수반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도 대학, 연구기관, 기업은 물론 국방을 담당하고 있는 군인의 정년제도를 변화하는 사회에 적응하고, 각 분야 우수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장기 근무가 가능하도록 계급정년 및 근속정년 제도를 전향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