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 노동을 대체하는 최근의 기술혁명 (서해, 2019. 11.)

기술발전은 늘 인간의 일자리를 소멸시켜 왔다. 하지만 과거에는 사라진 만큼 새로운 직업이 생겨나 인간은 언제나 산업을 발전시키고 시장을 확대해 왔다. 그런데 우리 앞에 놓인 최근의 기술혁명은 이전과는 차원이 다르다. 지금까지의 기술발전이 인간의 신체를 확장하는 것이었다면 미래의 기술혁명은 인간의 지적 노동을 대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까지는 인간의 다리 기능이 발달해 수레바퀴에서 자동차, 비행기 등으로 확장되어 왔다. 눈의 기능이 발달해 모니터와 망원경 등으로 발전했다. 그러나 최근 AI 기술혁명은 인간의 신체는 물론 지적 노동까지 대체하고 있다. 지적노동을 하는 직업 중 위기에 처한 대표적인 일자리가 전문직이다.

2016년 가천대 길병원이 국내 처음 도입한 AI 의사 왓슨은 수십만 명의 환자 데이터와

1,500만 쪽에 달하는 의학 자료를 갖고 있다. 인간 의사는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지식의 양이다. 빅 데이터를 바탕으로 왓슨은 환자에 대한 진단과 처방을 단 8초 만에 내린다. 왓슨과 같은 AI 의사가 많아질수록 인간 의사의 수는 줄어들 것이며, 인간 의사의 역할이 달라질 것이다. 지금까지는 의사가 자신의 임상 경험과 의학 지식만으로 처방과 진단을 내렸지만 앞으로는 왓슨을 활용해 환자와 소통하고 정서적 유대를 형성하는 일을 해야 할 것이다. 수술도 마찬가지다. 이미 사람 손으로 수행하기 어려운 정교한 수술은 전용 로봇인 ‘다빈치’가 하고 있다.법조인도 마찬가지다. 유능한 변호사를 판단하는 기준은 법조문과 해당 판례를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법률지식에 있어 인간 변호사는 앞으로 AI를 따라갈 수 없다고 한다. 실제로 2016년 미국 뉴욕의 유명 로펌에 처음 도입된 AI 변호사 로스는 초당 1억장의 법률 문서를 검토해 개별 사건에 가장 적절한 판례를 찾아내 추천한 바 있다.

이처럼 ‘노동의 종말’이 다가오기 때문에 인간의 ‘먹고 사는’ 문제는 더욱 중요해진다. 그러나 기본생활비를 정부가 제공하는 기본소득 제도를 무작정 도입하기 어려운 것은 ‘복지 포퓰리즘’이라는 비판 때문이다. 전 국민에 대한 기본소득은 노동 의욕을 떨어뜨리고 세금을 낭비하는 일이란 주장도 있다. 하지만 앞서 살펴본 것처럼 미래 사회는 인간의 노동 자체가 사라져 버리기 때문에 기본소득은 ‘복지’가 아니라 ‘생존’의 측면에서 논의되어야 한다.  일본 교수는 『모두를 위한 분배: AI시대의 기본소득』이란 책에서 기본소득은 최소한의 생존이 가능한 선에서 제공하기 때문에 더 나은 삶을 위한 터전을 마련해준다고 말하고 있다. 그는 기존의 복지정책은 수급자에게 소득이 생기면 수급액이 줄어 일할 의욕을 해치지만 기본소득은 그와 정반대라고 한다.

금년 말 미국 대통령 후보로 나선 민주당의 앤드류 양의 월 1000달러 ‘보편적 기본소득’ 공약도 같은 맥락이다. 자율주행 트럭의 기술적 완성도는 이미 98%에 달해 350만 명의 미국 트럭기사들을 위협하고 있고, 소매상점, 콜센터, 패스트푸드점 등 다른 일자리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한다. 특히 앞으로 12년 후면 현재 일하고 있는 미국인 3분의 1이 실직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해법은 AI와 자동화로 혜택을 보는 기업들로부터 부가가치세를 걷어 기본소득의 재원을 마련한다는 의견이다.

연간 200억 달러의 매출을 올리는 아마존이 세금은 내고 있지 않다며 아마존 때문에 수많은 점포가 문을 닫지만 우리에게 돌아온 것은 세금 0달러라고 한다. 아마존을 비롯한 페이스북, 구글 같은 IT기업들이 인간의 일자리를 없앤 만큼 세금을 더 내야 한다는 논리이다. 그는 기존의 복지정책은 수급자에게 소득이 생기면 수급액이 줄어 일할 의욕을 해치지만 기본소득은 그와 정반대라고 지적한다.

미래엔 개인정보가 원유보다 더 큰 가치가 있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가 제공한 개인정보에 대한 보상을 제대로 받도록 하자고 주장한다. 대기업들이 쿠폰 몇 개 쥐어주고 개인정보를 가져다 큰돈을 버는 잘못된 프레임을 깨자는 의견이다.알래스카 주민들의 ‘오일 체크를 예로 볼 수 있다. 알래스카 주정부는 1974년부터 유전 수입을 영구기금으로 만들어 모든 주민에게 원유 배당금을 지급한다. 현재 기금 규모는 약 440억 달러에 달해 미래세대까지 충분히 줄 수 있다고 한다.

급속히 변화하는 현대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개인이나 사회는 적응력을 가까운 장래에 세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