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감소 사회에 적응력을 끼워야 한다. (서해, 2020.1)

인구 감소의 원인은 단지 높은 양육비가 원인이 아니다. 장기적인 인구 감소는 경제적

현상이 아니라 자본주의 발전에 따른 필연적 귀결이라고 하는 주장이 있다. 과거엔 가

족이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 주었지만, 지금은 돈이 가족을 대신해 보호해주는 사회가

되었다.

최근에는 결혼은 남자에게든 여자에게든 타산이 맞지 않는 다고 생각하고 있다. 결혼

하더라도 만혼 추세여서 출산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국가가 막대한 돈을 퍼부어 출

산을 장려하고 육아 지원을 하는 것 보다는 인구 감소 추세를 받아들이고 그에 맞춰

사회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복지제도를 손볼 게 아니라 가족의 의미를 새로 정립하는 근본적 조치들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유럽처럼 결혼의 테두리 밖에서 태어난 아이도 국가가 아무 차별 없

이 지원하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인구 감소 추세를 되돌린 프랑스에서는

혼외 자녀 비율이 50%에 이른다. 일본은 2.3%, 한국은 1.9%다. 부모와 자녀로 한정해

온 지금까지의 가족의 범주를 확장해야 하며, 인권 차원에서도 혼외 자녀를 법의 보호

밖에 두어선 안 된다고 강조하는 의견이 있다.

인구 감소를 위험으로 여기기보다는 새 환경으로 받아들이고 적응하자는 의견이다. 이

미 우리에게 낯설지 않게 된, 셰어하우스나 공유경제를 더욱 확산하자고 한다. 고도 성

장기에 맞춰 체계가 만들어진 건축기본법과 도시계획법은 저 출산 시대에는 맞지 않는

제도가 됐다고 한다. 이런 추세를 받아들여 신축보다 개·보수를 장려하는 법안들이

우리나라 사회 보다 앞서 변화하고 있는 일본에는 나타나고 있다.

거대 시장을 전제로 한 대량생산과 대량유통 시대에는 필요하지 않았던 인간관계를 최

근에는 새로 만드는 것은 인구 감소 시대를 무사히 건너게 해 줄 것이란 믿음 때문이

다. 풍요의 확산이 한계에 도달했으니 인간의 성숙을 지원하는 여러 체제를 만들어가는

새로운 사회로 전환하자는 취지다. 생산을 늘려야 하는 인구 팽창 시대에는 노동자의

머릿수가 중요했지만 생산이 줄어야 하는 인구 감소 시대에는 머릿수보다 머리의 질이

중요해 졌다. 4차 산업혁명 성패의 열쇠는 두뇌자본주의가 쥐고 있다. 직원 5만 명의

구글 시가총액은 22만 명을 거느린 전통 기업 GM의 10배가 넘는 게 그 상징적 증거다.

인구 감소로 인해 각 분야 산업과 제도가 기능장애에 빠지거나 통째로 소멸할 위험에

처해 있다고 한다. 사회운동가 일본의 우치다 박사는 필요한 것은 승리를 위한 진격이 아니라 패배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후퇴라고 단언한다.

현대 사회는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고, 이에 적응하려면 우리들은 변화하는 사회에 적응하는 능력을 키우는데 많은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