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데이터가 돈이다 (2)

센서로 모은 막대한 데이터를 정리하고 인공지능으로 학습해 일상에서 활용하여 생각지 못한 경제적 효과를 얻는 사례가 올해 다수 소개됐다. 바야흐로 빅 데이터로 돈을 버는 시대, 4차 산업혁명이 눈앞에 와 있다.

일본 통신사는 전시회에 ‘AI 택시’를 전시했다. 30분 후 시내 구역별 택시 수요를 예상해 운전기사에게 알려주는 서비스다. 이 회사는 자사 이동통신 가입자들의 위치 정보, 과거 택시 승차 데이터, 일기예보 등을 기계로 학습해 평방 2천500 면적으로 나눈 구역별 택시 수요를 92％의 높은 정확도로 예상해낸다. 아울러 현재 운행 중인 택시들의 위치 정보를 함께 파악, 30분 뒤 어디로 가면 바로 승객을 태울 수 있는지를 각 택시 기사에게 알려준다. 이로써 택시 기사는 빈 차로 돌아다니는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고, 택시 승차를 원하는 소비자는 더 짧은 시간 안에 택시를 잡을 수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하반기 이 서비스를 시험 운영해 택시 기사들의 소득이 하루 4천500엔에서 6천732엔으로 49％나 늘어난 것을 확인했다. 빅 데이터와 AI만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사실을 실증한 셈이다.

스웨덴 통신장비 회사 에릭슨은 각 가정의 에너지 비용을 크게 아낄 수 있 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에릭슨은 스웨덴 정부의 친환경 도시 개발에 참여해 가정에서 에너지 사용 현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전기, 수도, 열이 어떻게 소비되는지 장기간 데이터를 모아 더 효율적인 소비 패턴을 제시하는 방법이다

KT도 비슷한 서비스를 전시했다. KT는 가정이나 기업의 에너지 소비 패턴을 수집·분석하고, 에너지를 아낄 수 있도록 돕는 지능형 통합 솔루션을 이미 상용화됐다. 지난해 이 솔루션을 적용한 병원, 호텔, 스포츠센터, 공장 등에서 에너지 비용을 61％나 절감했다고 한다.

21세기 권력의 핵심은 데이터이다. 옥스퍼드대 교수는 데이터가 금융을 대신하면서 자본주의를 바꾸고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른바 '금융 자본주의'에서 데이터 자본주의로 전환이 이뤄지고 있으며, 현대 기업은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활용해 개인 의사결정 과정에 적극 개입한다.

빅데이터 권위자는 자본이 된 데이터가 기업은 물론 금융과 노동, 정부의 역할과 시장의 개념까지 바꿔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빅 데이터 시대에는 어떤 결정을 기계에 위임할 것인지를 정하고 데이터의 힘을 빌려 최적의 결정을 내린 다음 서로 협업하는 방식으로 일해야 한다.

금융 자본주의에서 데이터 자본주의로 데이터의 힘이 커지면서 자본주의가 재 발명될 것이라고 한다. 그동안 자본주의는 화폐를 중심으로 움직였다. 앞으로 데이터가 풍부한 시장에서는 데이터가 화폐의 역할을 대체하고 금융 자본주의 중요성은 크게 줄어들 것이다.

전자가 금융 자본주의라면 후자가 데이터 자본주의다. 가격이 중심이 된 금융 자본주의에서 다양한 정보를 기반으로 최적의 거래 상대를 찾아내는 데이터 자본주의로의 전환이 진행되고 있다.

결정에 필요한 모든 정보를 가격이라는 하나의 수치로 단순화했다. 정보를 응축하면서 수많은 정보가 생략되고, 세부 정보가 눈에 보이지 않아 각종 속임수에도 취약해진다. 빅 데이터 중심 경제에서는 정보를 가격으로 축약할

필요가 없어진다. 소비자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성하는 다양한 정보를 들여

다 볼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아 정보를 분석한 뒤 더

현명한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