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중대 모임

어제 5중대 소속 동기들 모임이 이었다. 우리 동기생들은 2학년 때부터 중대 편성을 바꾸지 않았다. 일반 대학 같으면 한 기숙사에서 한 3년 간 같이 생활하는 것에 비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다 같은 동기생이지만 한 중대 동기들끼리 만나면 또 다른 감회가 있다. 영미에서는 대학을 칼리지(college)라고 하는데 이는 물론 영국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런데 이 college에는 기숙사제도를 의미하는 것이 있어 나는 우리의 중대시스템을 이 제도와 비교해 보고 싶은 것이다.

영미에서 칼리지는 2년제 기술학교로, 유니버시티는 4년제 대학으로 부르기도 하고, 칼리지는 2년제 전문 대학의 의미와 동시에 단과대학과 학부를 가진 4년제 대학을 뜻하기도 한다. 칼리지의 특징은 여러 과를 두지 않고 한 과목을 집중적으로 배우는 교육 기관이라는 점이며, 유니버시티와 마찬가지로 석사, 박사 학위를 받을 수 있다.

유니버시티는 단과대학을 포함하고 있는 종합대학이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college와 university를 구분하는데 좀 혼란스럽다. 예를 들어, boston college, artmouth college 등 여러 대학들이 이름은 college지만 종합대학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래서 일상 대화에서도 역시 차이를 두지 않는다. 대학은 어디를 다니셨나요? (where did you go to college) 하고 물으면 ‘오하이오 주립 대학을 다녔습니다.’ (ohio state university.)라고 대답할 수 있다.

그런데 칼리지는 전문대학이나 단과대학이라는 뜻 외에 또 다른 시스템을 말하기도 한다. 나는 Yale대학을 방문해 본 일이 있는데, 우리가 보기에는 기숙사인데 그들은 칼리지라고 부르고 있는 것이었다. 이처럼 칼리지라는 이름이 붙은 기숙사의 경우 별개의 학과 또는 교육기관이라고 보는 것이다.

이 칼리지는 학교에서 직접 운영하지 않고 다른 단체 (주로 종교단체)에서 하는 경우가 많으며, 그에 따라 하나의 대학교 내에서 여러 기관에 의해 운영되는 서로 다른 칼리지들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칼리지는 단순히 숙식만이 아니라 이 칼리지는 모든 구성원들이 다 함께 성장해나가는 하나의 큰 교육 커뮤니티라고 보면 된다.

물론 가장 큰 기능은 소속 학생들에게 숙식을 제공해 주는 것이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기능으로 칼리지 내부에서 열리는 각 과목별 튜터링, 세미나 같은 교육 프로그램들과 다양한 클럽활동, 봉사활동 등의 과외 교과목들이 있었다.

학생들은 칼리지에 일정한 비용을 물고 숙식을 제공받는데, 대부분 1인실이며 화장실과 샤워실이 방안에 딸려있는 경우도 있고, 몇 명이 하나의 화장실/샤워실을 쉐어하는 경우도 있다. 모두 기숙사에서 제공되기 때문에 학생들은 본인이 쓸 침구와 컴퓨터, 기타 생활용품만 가져가면 된다.

학기 중에는 1주일에 1~3회 정도 공식만찬을 하게 되는데 이때는 사감이 학생들에게 여러 가지 사건, 사고 등에 대한 소식을 전달하기도 하고, 초청연사의 강연을 듣기도 한다. 이런 전통은 영국에서부터 시작되어서 미국의 일부 대학이나 호주로 이어졌다고 한다.

아무튼 우리는 같은 중대에서 3년 동안 매일 같이 생활하며 서로 간에 속속들이 알고 지낸 사이다. 나는 우리의 중대 생활을 미영의 칼리지에 비교 해 본 것이다. 우리는 개인 간에 누구보다 많이 알고 지냈다. 미국의 기숙사처럼 우리의 중대에서 별도의 공식 만찬이나 강사를 초청해서 강연을 들어 보지는 못했지만 (그런 것은 생도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행사였다.) 우리는 한 건물 안에서 모든 생활을 같이한 가족 같은 사이였다. 어느 정도는 개인적인 일도 우리는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있는 사이었다.

그런 우리 동기들이 한 자리에 모여 옛날 이야기를 하며 웃음 꽃을 피웠다. 이 모임은 석찬봉 동문이 호스트 하는 자리였다. 진도에서 생산한다는 홍주가 나왔다. 붉은색의 홍주는 60도나 된다는데 과연 이 술은 배갈 같은 맛이었다. 나는 이 술이 처음이었다.

술이 들어가면서 얼근해지자 옛날 이야기들이 나왔다.

생도시절 이야기며, 그 후 졸업해서 각 근무처에서 벌어진 진기한 이야기들을 털어 놨다. 석찬봉 동문이 과거 공항에서 근무할 당시의 에피소드를 공개하여 우리를 즐겁게 해주기도 하고, 장용익 동문이 내가 부모님 슬하를 떠나 멀리 길을 떠날 때 해주신 내 부모님의 훈시 말씀을 기억해냈다. 물론 오래 전에 내가 해준 이야기다.

나는 양재일의 이야기를 꺼냈다. 양재일의 가족은 초등학교 동문이었다. 그녀는 아마도 양재일의 첫사랑일 것이다. 첫사랑으로 결혼까지 꼴인 했으니 양재일이 얼마나 대단한 인물이냐 하는 등의 농담을 이어 간 것이었지만 한편으로는 모임에 참여한 동문들 중에서 유일하게 부인과 사별한 사이기도 했다.

나도 술이 들어간 탓일까? 그들 부부가 그 어렸을 때부터 어떻게 사랑을 이루어 냈는지는 모르지만 양재일이 공부를 잘 했으니 여학생들 사이에 인기가 있었을 것이라는 것이 그 말을 꺼내게 된 계기였지만 공연히 양재일로 하여금 아련하고 아픈듯한 기억을 회상하게 해준 것이었을까? 양재일은 눈물이 글썽글썽해지는 것 같았다.

이번에는 박익순이 세종대왕의 며느리 복 없었다는 에피소드를 들고 나왔다. 세종대왕과 소헌왕후는 만백성의 어버이라 불리우기 손색이 없는 임금내외였지만 단 한가지, 며느리 복만은 없었다. 세종대왕의 맏아들의 세자빈인 첫 번째 며느리 휘빈 김씨는 김오문의 딸로서 문종이 세자로 있을 때 결혼해 세자빈이 되었다. 세자나이 14살에 4살 연상인 18살이었다.

세자는 부인을 멀리하였다. 그래서 휘빈 김씨는 세자의 마음을 자기에게 되돌리고자 여러 방법을 연구했다. 우선 세자가 좋아하는 궁녀의 신발을 훔쳐다가 그 신발을 태워 세자가 마시는 술이나 차에 섞어 마시게 하고 교미하는 뱀 한 쌍을 잡아다가 가루로 내어 동궁전 뒤뜰에 묻기도 하고 수컷 노루의 고환을 품속에 지니고 다니는 등의 수법을 구사했다. 그런데 이런 사실이 궁내에 알려지자 말 많은 대신들이 들고 일어났다.

장차 이 나라의 국모가 되실 분이 이런 해괴한 일을 행하였음은 용납할 수가 없다고 하면서 폐 서인 하라고 난리를 쳐댔다. 세종대왕 내외분은 하는 수 없이 첫째 며느리인 휘빈 김씨를 사가로 내쫓고 빈궁의 지위를 박탈하고 휘빈 김씨의 아버지 김오문의 벼슬도 박탈해버렸다. 세자빈에서 쫓겨 온 딸을 보고 충격 받은 김오문은 부인과 딸과 같이 자결을 해버린다.

첫 번째 결혼에 실패한 세자는 3개월 만에 두 번째로 세자빈을 맞아들이는데 바로 순빈 봉씨였는데 세자와는 동갑이었다. 세종은 이번에는 몸집이 작고 유약한 새 며느리를 간택하였다.

세종은 첫 번째 며느리인 폐빈 김씨가 육체파 미인으로 정열이 넘쳤기 때문에 아들이 비실비실 해졌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 번째 며느리는 겉으로 보기에는 몸집이 작고 유약한 듯이 보였지만 사실은 엄청남 색광이었다. 봉씨는 온화한 세자와는 달리 직선적이고 다혈질에 성질이 대단했다. 그러다 보니 세자와 순빈봉씨는 사이가 멀어져 갔다.

거기다가 결혼한 다음해에 권. 홍. 정씨 등 3명의 후궁까지 들어왔다. 후궁으로 들어온 권씨는 세자와의 사이에서 딸까지 낳았다. 바로 단종의 누나를 낳은 것이다. 당시 권씨는 회임을 하자 종2품 (세자의 후궁들은 종2품이 가장 높았다.) 품계를 얻었고 홍씨는 종 4품 품계를 얻었다.

홍씨는 문종이 살아생전에 종2품 귀인이 되었다. (단종 조에는 혜빈 양씨(단종의 유모.)의 세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훈구 세력들이 홍씨에게 정1품 빈의 품계를 내려줄 것을 단종에게 간언하였다.  그녀는 숙빈 홍씨가 된다. 다른 후궁 정씨는 일찍 죽었다고 한다

아무튼 일이 이렇게 되자 봉씨는 미치고 팔짝 뛸 지경이 되었다. 남편 만나기도 쉽지 않고 젊은 나이에 독수공방으로 밤을 지새우자 외간남자를 엿보는가 하면 술을 진탕 마시고 술주정도 부린다. 세자가 자주 방을 비우자 독수공방하던 순빈 봉씨는 이름도 이상한 소쌍이라는 시비와 동성애를 하게 된다.

소쌍기록에 의하면 동성애를 시작한 후부터는 동성애에 푹 빠져 이때부터는 오히려 세자가 올까 봐 전전긍긍했을 정도였다고 한다. 그러나 드디어 이 사실이 알려지게 되는데 그 동기가 또한 심상치 않다. 동성애인 소쌍과 술시중을 드는 시비가 서로 자기가 봉씨에게 사랑을 받는다고 사랑 쟁탈전으로 싸우다가 들킨 것이다.

순빈 봉씨의 동성애 사실이 퍼지자 궐내가 발칵 뒤집혔다. 이로 인해 결국 봉씨는 폐 서인이 되어 내쫓기 게 된다. 폐빈 봉씨가 친정 집에 이르자 그 친정 집에서는 몇 해전 김오문의 집에서 일어났던 참상이 되풀이 되고 있었다.

봉씨의 어머니가 딸을 얼싸안는다. 폐빈 봉씨는 남자와 동침한 것도 아니고 시녀와 함께 잠자리에 든 것뿐이라며 잘못을 뉘우치는 기색이 추호도 없는지라 이를 지켜보던 그의 아버지 봉려는 자기 딸이 미운 생각이 들었다.

저토록 자신의 죄를 회개할 줄 모르니 멸문지화를 당함이 마땅하구나. 한심한 일이로다. 이때 봉려의 나이 육순이었다. 그는 일찍이 음보로 사헌부의 감찰에 올랐다가 딸이 세자빈으로 간택되면서 출세의 길이 열려 당시는 지돈녕부사의 관직에 있었다.

봉려는 자기의 허리띠를 딸에게 풀어주며 말했다. 새 세상에서나 부디 잘살아라. 다시 태어날 때는 남자로 태여 나거라. 딸이 숨을 거두자 봉려는 딸의 시신을 단정히 수습하여 눕히고 옷깃을 가다듬은 다음 북향사배하고 자신도 자결했다.

사람 팔자는 알 수 없다고 앞의 2명의 세자빈들이 내쫓겨 죽는 바람에 권씨는19살의 나이로 생각지도 못한 세자빈의 자리에 오르게 된다. 거기다가 세자나이 27살, 결혼한지 무려 13년 만에 첫아들 왕자까지 낳으니 세종내외는 손자를 안아주며 춤을 덩실덩실 추며 죄인들을 대사면 해 주었다고 한다.

세종 대왕 이야기가 나오다 보니 양녕대군 이야기도 나왔다. 양녕이 태종 9년 대궐을 빠져 나간 일이 있었다. 열여섯 살 때 일인데, 민무구의 사건이 있은 다음 해였다. 민무구의 사건이 무엇인가?

태종비 원경왕후의 동생 민무구는 1398년(태조 7) 제1차왕자의 난 때 공을 세워 공신으로 인정받았다. 아버지 부원군과 원경왕후의 든든한 배경으로 민무구 형제들은 조정의 실세로 군림했다. 하지만 태종이 등극 후 후궁을 10명이나 두게 되자 원경왕후와 태종 사이에 불화가 극도로 심해졌다.

태종은 원경왕후와 외척의 세력을 제압할 필요가 생기게 되었다. 1406년 8월 태종이 갑자기 세자 양녕대군에게 선위할 뜻을 밝히자 조정의 대신들은 극구 반대하였지만 민무구 형제는 은근히 양위를 바라면서 소극적인 입장을 취하였다.

이것은 태종의 계략에 걸려든 형국이 되었고 어린 세자를 통해 권력을 잡으려 했다는 협유집권(挾幼執權) 세력으로 몰리게 되었다. 결국 1407년 권세와 부귀를 심하게 탐하고, 권모술수에 능하며, 궁중에서 종친들에게 무례하다는 혐의로 탄핵을 받게 되었다.

옥사가 일어난 지 이틀 뒤 민무구와 민무질은 연안(延安)에 방치되었고 4개월 후 직첩을 빼앗겼다. 자식의 위험을 직감한 민제는 민무구를 여흥에 유배되게 하였고, 민무질은 대구에 유배되는 조치를 취하였다.

태종은 목숨은 살려주려 하였으나 후일 양녕대군이 보위를 이었을 때 민씨 형제들의 세가 막강해 질 것을 우려해 그들을 처형해야 된다는 상소가 끝이지 않았다. 결국 민무구와 민무질은 제주도로 유배되었고 그곳에서 사사되었다.

그 뒤 원경왕후가 병으로 눕자 민무휼과 민무회가 문안을 왔다가 양녕대군을 만났는데, 이때 두 형의 억울한 죽음을 호소하였다. 그러나 이 이야기가 전해져 민무휼 등이 잡혀와 고문을 당한 뒤 유배되었으며 결국 사사되었다. 4형제가 모두 죽은 뒤에 그들의 처자는 먼 지방으로 안치되었다. 이런 일에 양녕대군은 직접 간접으로 연관 되어 있었다. 자연 그의 심기가 편할 리라 없었을 것이다.

어쨌던 이 일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태종은 양녕을 이렇게 꾸짖었다. 『양녕의 행동은 짐승과 같으나 모반 하려는 죄는 절대 없으므로 가까운 곳에 두려 했는데 다시 이런 일을 저지르니 더 이상 참을 수 없다.

다음부터 일을 저지르면 이 애비가 상관하지 않겠다. 법대로 할 것이니 그리 알라』 이런 최후통첩을 한 뒤에 태종은 양녕에게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나는 네가 달아난 뒤에 너의 생사를 알지 못해 눈물을 흘렸고 충녕 또한 곁에서 눈물을 흘렸다. 만일 네가 충녕이었다면 충녕처럼 걱정했겠는가?』

태종이 양녕을 세자 자리에서 폐위할 때 그 교서(敎書)를 보면 양녕이 폐위되는 결정적인 이유는 9년 뒤인 태종 14년의 장인 김한로 사건으로 삼았다. 『어진 사람으로 세자를 세우는 것은 고금의 대의요 죄가 있어 세자를 바꾸는 것도 국가의 당연한 법이다. 내가 일찍이 큰 아들 제(양녕)를 세자로 삼았더니 관을 쓸 나이(15세)가 되어도 글읽기(學文)를 좋아하지 않고 노래와 여자(聲色)에 빠졌다.

나는 그것이 나이가 어린 탓이라 좀더 나이가 들면 고쳐지리라 생각했었으나 나이가 20이 지나서는 도리어 뭇 소인들과 사통(私通)하여 방자하게도 옳지 않은 일을 저질렀다. 지난 해 봄에 일이 드러나서 죽은 사람이 몇이나 되었는데 양녕이 그 잘못을 글로 써서 종묘에 고하고 내게도 고하였으므로 진심으로 뉘우치는가 싶었다. 그러나 얼마 아니 되어 또 다시 간신(양녕의 장인 김한로)의 음모에 빠져서 죄를 범하니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었다.

그러나 부자지간의 정에 못 이겨 양녕은 그냥 두고 김한로만 내쫓았었다. 그런데도 양녕은 마음을 고치기는커녕 원망과 노여움을 품고 분연히 글을 올리니 그 말이 심히 거만하고 무례하였다』 김한로 사건은 외척 사건인데 사건 내용은 양녕의 장인 김한로가 세자궁에 여자를 들여 놓았다는 지저분한 사건으로 결국 아들과 함께 전남 나주로 귀양가게 된다.

그러나 태종이 세자 양녕을 폐하려 할 때 청백리의 대명사 황희(黃喜) 정승이 반대했다. 이 일 또한 양녕의 세자 폐위 사건의 의문점이다. 보통 반대한 것이 아니다. 『임금의 맏아들은 나라의 대들보나 다름없는데 그렇게 쉽게 그것도 근 15년이나 왕위 계승자로 계셨던 분을 하루아침에 폐위하는 것은 부당하다』

태종은 진노하여 황희를 외방으로 내 쫓아 6년간이나 귀양살이를 시켰다. 황희정승은 태종의 미움을 사 관직에서 물러났으나 6년 뒤 태종이 다시 그를 불렀다. 모처럼 서울에 나타난 황희정승의 옷차림은 남루하기 짝이 없었으나 사람들은 황희정승이 본시 그렇게 청렴하다고 여겼기 때문에 별로 그를 이상하게 보지 않았다고 하며, 태종은 즉시 그를 예조판서로 임명했다고 한다.

양녕대군에 대한 다른 시각도 있다. 만일 양녕대군이 태종으로부터 왕위계승을 하였다면 조선 27명의 임금 중에서 누구보다도 훌륭한 임금이 되었을 것으로 보며 조선의 역사도 크게 달라졌을 것으로 생각한다.

어떤 면으로 보면 동생인 세종(世宗)보다 더 진취적이고 적극적인 인물이라고 본다. 사실 세종은 한글창제 혼천의, 해시계, 물시계, 측우기 등의 업적으로 역사에 크게 클로즈업 되었지만 53년간 재임 중에 몸이 너무 비대하고 건강이 좋지 못하여 매우 소극적인 정치를 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양녕대군은 어릴 때부터 총명하고 영특하여 장차 임금이 될 훌륭한 자질을 갖추었다고 한다. 양녕대군의 약사기록을 보면 15세의 나이에 왕세자로서 명나라에 가서 황제를 만났던 사실이 있다. 명나라 황제는 몸소 무영전(武英殿)에 나와서 양녕대군의 손을 잡고 “이는 어진 왕자로구나” 하며 격려하고 “나는 너의 아버지와 같다”고 말하면서 칠언고시(七言古詩)를 지어 주었는데 그 시에서 “나이는 열다섯에 불과하나 재능은 성숙하였구나! 하고 극구 칭찬하였다.

장성하면서 대군은 아버지인 태종의 왕권 다툼으로 야기되는 피 바람나는 골육상쟁을 보게 되고 정치에 대한 회의를 느끼게 된다. 그리고 동생 충녕(후일 세종대왕)이 성군의 자질이 있음을 보고 스스로 세자자리를 양보하고 기행을 일삼으며 주유천하를 하게 된다. 양녕대군이 동생 충녕에게 세자자리를 양보한 것을 두고 후세의 뜻있는 선비들은 그의 큰 덕(至德)이 중국 전국시대 주나라의 태백에 못지않다 하여 “동방의 태백”이라 칭송하였다.

지덕(至德)이란 말은 공자가 논어에서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인물에게 내린 찬사 중에서 최고의 찬사였다. 양녕대군은 당대 최고의 명필이다. 현존하는 숭례문, 경회루의 현판은 그의 대표적인 글씨다. 조선왕조 건국 후 도성은 사대문이 건설되었으며 인의예지를 강조한 문이다.

그 중에서 숭례문(崇禮門)은 정문(正門)이었으므로 당시에 숭례문의 현판 글씨를 쓰는 것은 최고의 영예이고 또한 최고의 명필이 아니면 감히 붓을 들 수가 없는 일이었다. 초여름 햇살에 푸른 지덕사의 잔디를 밟으면서 아련한 역사 속의 호연지기의 양녕대군을 그려본다. 이승만 전 대통령은 항상 자기가 양녕대군의 16대손임을 자랑스럽게 이야기 하였다고 한다.

이런 이야기를 상세하게 하지는 못했다. 홍주에 취해 우리는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커피 숍으로 옮겨 좀 더 이야기를 나누다가 헤어졌다. 홍주는 독한 술이었다. 나는 홍주 때문에 기운이 빠져 다음 날인 오늘 동기회 현충행사에 참여 할 수가 없었다. 아침에 산책을 하고 나니 좀 나아졌는데 이미 행사에 참석 못하게 되었으니 못내 아쉽다.

어제 5중대 모임에는 14명이 참여했다. 참여자 명단; 김명삼, 김상호(경산), 김상호(삼척), 박익순,서상달, 석찬봉, 송태균, 양재일, 용영일, 이인수, 이인재, 이충진, 장용익, 전학봉 등 (14)명이고, 박윤종 동문이 다른 볼일로 불참했다. 그 외 5중대 동문으로는 외국주재 박세환, 최학민이 있고, 고인으로는 김동련, 민찬기, 박일현, 최광환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