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곡(東谷)의 횡설수설(橫說竪說)

  14일 아침 8시30분 병원에 도착했다. 아는 얼굴이 없다. 관리소로 내려가 문의하니 9시 변동이 없단다. 대기버스가 그 차라고 한다. 마땅히 앉아있을 곳도 없고 답답하여 밖으로 나왔다. 한참을 기다리니 남녀가 와서 버스에 올라탄다. 나도 따라 탔다. 그리고 보니 부인과 아들로 가족이란다. 홈피에는 딸이 왔다고 하여 왜 딸은 안왔느냐고 물으니 공황장애에 아파서 못 왔다고 한다. 왜 안 그렇겠는가? 가족과 운전기사가 유품과 사망진단서, 유공자증 등 행정서류를 확인했다.

    잠시후에 태극기에 쌓인 관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왔다. 운전기사와 관리원들이 차에 싣고 고정시키고는 떠난다고 하여 함께하지 못해 미안하다고 가족에게 인사하고 나도 떠났다. 마음이 언짢았다. 누구나 “한번 왔다가 가는 게 삶인데…” 하는 생각에도 너무 홀대받는 것 같아 마음이 무겁고 생시의 얼굴이 떠올랐다. 정승집 개가 죽우면 문상객이 미어진다는데…. 세상사 모두가 타산적이고 허망하다는 생각이 든다.

   전철을 타고 오면서도 무엇이 가슴에 걸린 듯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집에 도착하니 아홉시 50분이다. 잘 다녀왔느냐는 아내의 인사도 건성으로 듣고 대화를 나누다가 눈을 감았다. 이승과 저승의 경계는 어디인가?

    빈 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게 인생이라지만, 살면서 요란을 피우면 눈을 돌려보며 박수를 칠 때도 있고, 아니면 눈길도 두지 않는 세상이라 생각하니 너무 불공평하다. 한줌의 재로 변할 생명이 나간 물체를 실은 차는 달려가 아직도 대기하고 있겠지….

     너무나 많은 걸 생각하게 하는 아침이다.

   이승의 아픔과 한을 삭여 잊고 행복만이 깃든 꽃길을 걸으며 영생복락을 누리시라고 고인의 명복을 빈다. 가족들에겐 슬픔을 잊고 힘을 내여 잘 사시기를 기원하며 따뜻한 위로를 드린다. 모든 일이 끝나면 아쉬움이 있고 후회가 이는 게 인생살이가 아니던가?  이는 어느 특정인에 한정된 게 아니다.

   안보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단합하는 KMA동창모임을 오후에 갖는다는데, 4.8일 게단에서 쓰러져 응급실에 실려갔던 일을 생각하면 오늘은 쉬어야겠다. <주먹은 주먹으로, 핵은 핵으로 대항해야 >하고 <상대보다 더 강력한 힘을 갖지 않으면 겁먹지 않는다>는 게 역사의 산 교훈이다. 말보다 주먹이 더가깝고 효과가 크다. 

  허혈성 심장병에 뇌경색증으로 언제 가족들에게 뜻하지 않게 섭섭한 미친 말이 나오고 쓰러질지 몰라 미리 조용한 요양소를 알아보라 했다. 세월 앞엔 장사 없다고 했듯, 모든 걸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며 대비하는 게 마지막을 잘 마무리하는 방도라 생각해서이다.    

  오늘 무거운 글을 올린 東谷은 東巖과 三谷의 합성어다. 東巖인지 三谷인지, 이승인지 저승인지, 무슨 글을 썼는지 나도 헷갈린다.  

8.15아침  東谷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