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육사출신은 왜 홀대받는가

KMA출신에 대해 쓰려니 좀 조심스럽다. 그래도 요즘의 상황에서 입을 닫고 있는 것도 말이 되지 않아 육사출신과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언급하려 한다.

국가는 내외의 적 침투를 막아 국민이 안정된 환경에서 여유로운 경제생활을 할 수 있게 보장할 의무가 있다. 이것이 국가의 존재 이유다. 한국군은 막중한 안보를 위해 존재하고, 그 근간은 육사라는데 이의가 없을 게다. 요즘 정부의 군인사를 보면 우리 육사출신이 홀대받는 게 아닌가 하는 자괴감을 가질 때가 많다. 누가 뭐라 해도 육사출신은 평생을 국가안보에 몸을 바쳐 희생할 사람들이다. 국민은 육사출신이 잘 하는 건 당연시하지만, 잘못하는 건 무척 질타한다.

그런데 위정자는 KMA출신에 불안을 느끼는 모양이다. 이는 대한민국정부수립후 70년사이에 2번의 쿠데타로 약 30년을 지배했기 때문일 게다. 그래서 세상이 어지러우면 국민 중엔 군이 무얼 하느냐고 은근히 부추기는 부류도 있다. 쿠데타는 헌정을 파괴하면서 최후 국가유지 기능을 유지하게 하니 결단코 이를 남용해선 안 된다. 평시부터 군은 헌법수호의지를 확고히 하여 국민의 철석같은 신뢰를 받아야 한다.   

우리가 백화점에서 물건을 살 때, 여러 가지 품목 중에 자기욕구를 충족시킬 좋은 것을 골라 사게 되는데, 어느 특정제품을 샀다고 왜 그 물건을 샀느냐고 시비를 걸 일이 아니다. 단지 객관적으로 평할 때 제품의 디자인이나 품질면에서 더 우수하고 값싼 물품을 사지 않고, 질이 떨어지고 비싼 물건을 샀다면 낭비요인이 될 수 있어 이에 충고는 할 수 있다. 우리 육사출신이 현 정치그룹에서 진가를 평가받지 못하고 홀대받는 몇가지 이유를 적시함으로써 우리자신을 돌아보며 반성하고 생각과 행동을 더욱 바르게 하는 것은 매우 좋은 일이 될 것이라 생각하여 몇 가지 적는다.  

1. 자기 잘난 줄만 알고 남도 똑똑한 줄을 모른다.

KMA출신들은 일반적으로 자기가 제일인 줄 알고 자만하면서 타인도 유능함을 인정하지 않는다. 특히 선두 주자들에게 이런 부류가 더 많다. 그래서 포용력과 자제력이 부족하여 지휘관이 되면 사무실과 책상배치는 물론 부대정문이 옮겨지고, 전술토의를 거쳐 많은 예산을 들여 공사를 마친 벙커나 화기위치 등 진지를 옮겨 그동안의 수고와 투입한 예산을 무용지물로 만드는 경우도 많았다. 대부분의 경우, 전임자가 잘못해 한심하다고 비하한다. 그러니 당시 전임 지휘관과 참여했던 참모도 아무 변명을 못한다. 이는 지휘관을 정점으로 움직이는 우리의 현실이다.

일반적으로 전임자를 깎아내려 자신을 과시하거나, 돋보이게 하려는 의도가 강하다. 이는 군이라는 특수조직에서 매사가 지휘관책임하에 이루어짐에 따라 지휘의 특성으로 인한 결과이리라. 어느 일이건 해결방안에는 장단점이 있게 마련이다. 그 방안 중에서 단점을 보완하는 대책을 강구하면, 노력과 예산을 절감하고 보완하여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는데 그 간단한 문제를 모르고 확 바꿔야 직성이 풀린다. 그러니 전임자와 그 추종자 부하들로부터 욕을 먹는다.

사실 선두주자들은 전술 실무에 약하다. 본질보다 형식에 치중한다고 하면 과장일까? 부대의 정돈과 병사들의 복장에 관심이 더 많다. 의장대가 아닌데도 그렇다. 전방에서 현지 전술토의를 자주 갖게 되는데, 재경부대에서 근무 후 경력상 보직된 KMA출신이 토론자로 나갈 때는 솔직히 걱정이 되었다. 군대는 전투를 본업으로 하고 승리보다 더 진가를 발휘하는 경우가 없다. 그에 더하여 부하 복지와 사기, 높은 도덕성을 요구한다.

동기생간에 몇 십년 전 생도시절의 인상으로 장년과 노년을 평가하려는 경향이 짙다. 사람은 평생동안 배우고 닦아 딴 사람으로 변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한 편견 때문이다. 정치계도 전임자와 그 관료의 잘못을 찾아 죄인으로 만드니, 우리는 정권이 바뀌고 역사가 흘러도 국가를 위해 헌신한 위대한 지도자나 정치‧ 경제‧ 안보역군으로 존경받는 이가 없다. 모두를 죄인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마치 경쟁적으로 전임자를 무능하고 도덕적으로 타락한 인간으로 만들어야 자기가 위대한 인물로 평가받는 줄로 착각하는 모양이다. 지금 그렇게 하면, 임기가 끝난 다음에 자기도 후임자로부터 똑같은 대우를 받아 지금과 같은 현상이 재연될 거란 사실을 모른다. 이는 어리석기 때문일까, 아니면 똑똑하기 때문일까?

우선, 오늘의 정치 현실이 그렇지 않은가? 그렇다고, 선전하는 것처럼 잘 한다는 면도 자랑일 게 없다. 오히려 구관이 명관이란 말이 더 타당한 경우도 있다. 의도적이고 조작된 통계와 여론은 믿을 게 못된다. 언제든 육사출신은 위국헌신의 신념으로 모든 행동에 경박하지 말고 국민의 신뢰를 받으면 정치권의 신뢰도 회복되지 않을까?

 2017. 9. 18. (다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