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전술전기연마보다 출세에 목표를 둔다.

육사는 졸업생을 배출한지 70년이 지났지만 아직 걸출한 전략가 전술가가 없다. 육사출신중에 안보 관련사항을 연구하여 국가 안보에 기여하여야 할 것인데, 그에 종사하는 자는 있어도 높은 성과를 내는 자가 없는 듯하다. 많은 분이 통일과 안보를 연구한다고 하지만, 일반대학보다 그 성과가 미미하다고 느끼는 것은 과문한 탓인가?

여기에서 육사입교자의 질(수준)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군에 근무했거나 근무하는 것을 큰 영예로 알고, 국민이 군 출신을 우러러본다.

  그러나 한국은 적과 대치하고 휴전상태인데도 위기감이 없고 군에 어떻게 하면 가지 않고 면할까하는 데만 관심이 깊다. 국민이 이런 감정을 가졌으니, 고위공직자‧ 장관‧ 국회의원은 군 면제받은 자가 국민 평균보다 훨씬 많고, 군복무를 했다 해도 방위병출신이거나 후방행정병출신인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런 풍토에서 정신이 똑바로 배긴 우수자원이 지원하리라 기대하는 것은 과욕이요 허상이다. 박정희대통령 집권 시처럼, 군필자에게 정신적 보상을 하면서 공직진출의 길을 열어주고 사회진출에 인센티브를 주어야 한다. 고된 생활과 위험속에 생활하는 장병에 우수자원이 지원하게 하려면 그에 상응한 정신적 물질적 보상을 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도외시된다.

북괴군은 6‧25전쟁시부터 두더지처럼 땅을 파고 지하시설에 숨었었다. 제공권이 없으니 전투력을 보존하는 방법은 땅 속으로 숨는 길밖엔 없었으리라. 철의 삼각지에 우뚝 솟은 전략요충지인 오대산은 지하화하여 그 많은 포격과 공습에도 빼앗지 못하고 휴전을 맞았다. 심지어 적은 장교군번 한 트럭과도 안 바꾼다고 했단다. 그래서 적은 휴전이후 지금까지 모든 시설은 계속 지하화했고, 핵전쟁이 나도 온전히 살아갈 수 있다고 큰소리치지 않는가? 그에 비해 우리의 대응책은 초라하다. 휴전이후 60여년이 지나고, 매년 미군과 합동으로 실전훈련을 하지만 오직 미국의 해공군력과 화력에 의존하여 적을 격파하는 상황으로 지금까지 안일하게 훈련을 마쳤다. 지금 북한이 핵을 보유하고 미군이 철수하리라는 상황에서 군과 대통령은 다급해졌지만 국민은 전쟁이 없으리라 태평이고, 미국은 의연하면서도 우리를 이상하게 본다.

 이 상황을 예견하고 대비할 전략가가 왜 우리에겐 없었는가. 영구히 미국의 지원이 계속되리라 미국핵우산에 안도한 것인가? 상황이 변하여 미군이 철수하고 우리가 보호를 받지 못해 알몸이 되는 최악의 상황이 도래하면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불리한 최악의 상황도 가정해 대비해야 실수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지하에 있는 시설이나 벙커를 부수고 화력과 적을 괴멸시킬 방도를 찾았어야 했는데 휴전 후 60여년간 우리는 무엇을 했는가? 특히 대포병미사일‧ 대전차 대갱도‧ 비정규전‧ 심지어 지하화한 공군시설과 잠수함기지 등 지하시설을 파괴하고 적을 섬멸할 뚜렷한 우리의 대책은 아직 발표된 게 없다. 이는 적의 우세한 화력의 공격을 받고도 전투력을 유지하여 반격할 수 있는 전력을 유지해야 할 것인데, 이에 대비할 전문가와 대책을 양성내지 강구하지 않은 결과다. 행정부대출신이 진급하여 대적방법을 모르니 방안이 없고, 진급된 계급장은 많아도 전문가가 없고 안일한 생활에 만족하니 다급하지도 않다.

우리가 초급장교시절, 한국전쟁에 참여한 장군과 영관장교에게 무식한 깡통이라고 비하하고, 후생사업을 하는 그들을 도둑이라고 폄하했었다. 그런데 지나고 보니, 30세 전후의 영관장교가 연대장을 하고 사단장을 하면서 한국전쟁을 했으니 그들에게 존경을 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당시는 봉급이 얼마 되지 않아 휴전후 군장비를 빌려주는 후생사업‧ PX납품비리가 있었지만 그것은 생계형부정을 저질러 봐줘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4년제육사출신의 부정비리는 생계형이 아니라 개인과 가족, 일당의 영달을 위한 것으로 판단되니 어떻게 비교할 것인가. 대통령의 몇 천억 비자금, 향군회장의 천문학적인 비리, 방산업체의 부정과 불량장비 납품, 무기중개상을 통한 비리, 술에 취해 긴급상황을 보고하지 못하고, 만취추태를 보이고 부하를 성희롱하는 등 등 육사출신은 깨끗하다는 인상을 각인시켜 국민의 신뢰로 힘을 축적했어야 했는데 부패했다고 손가락질 하던 기존 장교단보다 금전적 또는 도덕적으로 더 부패했다는 평을 들어도 변명치 못할 입장이다.

이런 평을 쓰는 필자에게 많은 비난이 쏟아지리라 각오한다. 그러나 할 말은 하고, 잘못은 정확하게 지적해야 기분이 나빠도 긍정하고 바로잡힌다. 쓴 약이 병에 이롭고, 평시의 고된 훈련이 체력을 보강하고 전시에 희생을 줄인다는 기본이치를 이해해야 한다. 오늘처럼, 장교를 양성한 우리 육사의 교수와 훈육관은 책임이 없는가? (다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