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   전

한 해가 저물어 간다.

그냥 흘려보내기가 아쉬워서 깊은 발자국 남기고 가신 그리운 님들 또 한 번 추모한다.

<내 아버지>

아버님은 1892년 삼청동 70 번지에서 금수저 물고 태어 나셨으나 세 살 때 조실 부모 하시고 작은 집에 입양되어 자라시다가 청소년 때 집을 나와 홀로 서서 세파 헤쳐 가며 평생을 흙수저로 사셨다.

# 힘이 좋으셨다.

흔한 말로 장사의 대명사인 통뼈셨다.

첫 직장에서 고약한 동료에게 괴롭힘 당하고 참다 못해 아버님 보다 큰 등치를 땅바닥에 패대기 치셨다고 한다.  그 때에 그 녀석 밥이었던 댕기 머리 자르셨다고 한다.

# 잽싸셨다.

3.1 운동 옥고 치르고 나오신 뒤에도 독립운동 계속 하시면서 8년 동안 피신 하셨는데 끈질기게 따라 붙는 형사 따돌리시면서 달리는 기차에서 뛰어 내리기도 하셨다고 한다.

# 유식 하셨다.

학교라고는 문턱도 밟아 보지 못하셨지만 국한문 신문 다 읽으셨고 뛰어난 기억력으로 아는 것 많으셔서 존경 받으셨다고 한다.

1946년 3.1 절 기념 행사에서 연설하시는 것 들었다.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박력 넘치셨다.

# 열 두 가지 재주 있으셨다.

피신 하시며 익히신 대목, 소목, 양복, 양화 기술이 상당 하셨는데 소목으로 가업 삼으셨다. (화초장 전문 농방 경영)

# 잔칫상 잣 쌓기 기술 있으셨고 교회 청년 활동 하실 때 익히신 풍금, 연극에도 일가견이 있으셨다.

나는 아버님의 진면목은 외면한 채 돈 못버시는 것 (가난) 원망했다.

<내 외숙>

내 맏 형님과 동갑이신 외삼촌은 내 우상이셨고 오늘의 내가 있게 해주신 은인 이시다.

평양 숭실 중 5 학년 때 일본인 학생 구타 사건으로 중국 망명 하셨다.

말(중국어)도 모르는 낯선 땅에서 살 길은 축구라 생각 하시고 어느 학교 운동장에서 며칠을 혼자 공차고 있었더니 바라던대로 체육 선생 눈에 들어 그 학교 축구 선수되어 공부 계속 할 수 있게 되었다셨다.

남경대학 경제학부 졸업하시고 광복군에 투신 하셔서 이 범석 장군 휘하 지대장 하시다가 광복 맞으시고 서울로 환국 하셨다.

환국 하신 후 잠시 대학 강단에 서셨다가 민족 청년단 창단에 참여 하셨고 정부 수립 후

 이 범석 국무총리 천거로 정계 입문 하셨다.

내무부 장관 비서 실장, 치안국 부국장 (경무관) 하시다가 족청계 숙청에 말려들어 옥고 치르시고 정치 접으셨다.

정계 은퇴 하신 후 풍상 겪으시며 술로 울분 달래시다가 56세 이른 연세에 하늘나라 가셨다.

학계로 나가셨어도 … 모태 신앙 이신데 신앙 잘 지키셨어도 … 평탄 하셨으리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아주 어려우셨는데도 내 고교 뒷바라지 다 해 주셨다. 고마움 사무친다.

출중하신 능력 다 펼치지 못하신 것 가슴 아프다.

<정 세진 장군>

1974년 내가 고사포 대대장 부임 신고 하면서 정 장군님 (관구 사령관, 육사 #5 기) 을 처음 뵈었다.  기골이 장대 하시고 눈이 부리 부리 하시고 음성이 굵고 크셔서 무서웠다.

다행히 신고 후 직접 대하지는 않고 회의 때만 멀리서 뵈었다.

퇴임 앞둔 마지막 회의 마치고 식당에서 퇴임사 하실 때는 다른 분 같으셨다. 따뜻하셨다.

군 생활 회고 하시면서 하신 말씀 중 6.25 때 경험담이 감명 깊었다.

# 1   전쟁 초기 대대 병력 이끌고 (당시 대대장) 후퇴하는 길에서 피난민 사이에서 형님 가족을 만났다.

도울 길이 없어 안타까운 마음으로 헤어지는데 형수가 소매 붙들고 막내 (5살 아들) 만 데려가 달라고 애원 하시는데 전투에 큰 부담 될 것 같아 애원 들어 드리지 못했다.

형수는 그 때의 서운함을 풀지 못해 지금껏 말을 끊고 계신데 생전에 서운함 푸시기 바란다며 아쉬워 하신다.

# 2   2 차 후퇴 앞두고 한국 은행 경비 책임 맡고 있는데 한 경리 장교가 군 금고 돈 가지고 간다.  다짐 해야 겠다 싶어 그 돈 한 푼이라도 축내면 너 죽이겠다. 내가 먼저 죽으면 원혼 되어 죽이겠다고 했더니 잔뜩 겁 먹고 갔다. 나중에 확인해 보니 정확히 입금해서 한 숨 돌렸다고 하신다. (대면 살인 면한 안도감)

모진 말 한 것이 마음에 걸려 만나서 사과하고 싶었는데 찾아보니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더라며 숙연해 하신다.

두 경우 옳은 일 했다고는 하나 두 사람 가슴에 못 박았는데 그 방법 밖에 없었을까? ‘미숙했다’며 쑥스러워 하신다. 담담하게 말씀 하셨으나 마음 속으로는 많이 아프셨으리라!

무섭다고만 생각한 것 죄송했고 그 때의 감동 아직도 생생하다.

<이 병간 선배>

육사 # 12 기 수석 졸업하신 선배님이시다.

내가 생도 때 전기 과목 가르치셨는데 인상적인 명 강사셨다.

국방부 방산국 유도무기과에서 과장과 과원으로 만나 친해졌고 많은 것 배웠다.

국장님 (이 범준 중장, 육사 # 8 기) 이 연구 과제 주셔서 자료 수집차 과장님 모시고 국방부 등록한 비파괴 검사 회사 순방 했는데 사장들 태도가 탐탁치 않았다.

3 개월 후 재 방문 했을 때는 과장님 질문에 오만 불손하던 사장들이 진땀 흘리는 것 보고 그 어려운 전문 기술을 짧은 기간에 수 십년 경력자들을 제압하신 능력에 감탄했다.

과장님이 자기는 스탠퍼드 준 박사라며 웃으신다.

그런 학위가 있는지 자조하시는 것인지 알 수 없으나 아쉬운 배경이 있다.

위탁교육 가셨을 때 석사 과정 조기에 마치셔서 박사 과정 밟다가 귀국 일자 되어 총장 탄원서도 보냈으나 허락 받지 못하여 박사는 미완으로 남았다신다.

방공 포병학교 근무 할 때 (1982년?) 입원 하셨다고 해서 문병 갔더니 아주 반갑게 맞아 주신다(폐암). 그 때가 국방부 품질 관리단 창설하시고 초대 단장이셨다. (현역 소장)

사모님 말씀으로는 목사님 말고는 다른 사람 반기지 않으시는데 뜻 밖이라신다.

교회와는 별 만큼 멀리 계신 분이라고 생각 했는데 기적같은 변화다.

문병하고 얼마 되지 않아 하늘나라 가셨다.

아깝고 슬펐으나 구원 받으신 것 감사드렸다.

벗님네들 한 분 한 분 이름 뇌이면서

 Merry Christmas!  

                 Happy New Year!

                                                                                                           김 상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