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정 보완
비밀 번호는 입력 날짜로 오늘 3월 20일 비밀 번호 0320
녹산사진 넣어 주시고 다른 그림이나 사진 넣어 주세요.
필요하면 수정 보완하시고
추가 글 여기에 넣어 주세요.
새로운 글 한 두 편 3월 말 이전까지 오형재 박사에게 email (hjoh@uos.ac.kr) 보내 주시면 됩니다.
綠山 칼럼(李穎範)
 <아장아장 뒤뚱뒤뚱>
아장아장
금방이라도 넘어질 듯 말 듯
그 걸음마에 살림이 남아 나는 것이 없다
잡아 당기고, 밀치고, 팽개치고, 깨지고, 찢어지고
눈 깜박 할 사이 용용 올라 서 있고
그런가 하면 어느 순간 떨어져서 까무러치고
집 식구 가슴을 철렁하게 만든다
이렇게 언제나 바쁘고 두리 번 거리는
뒤뚱뒤뚱
아장아장
어느새 흉내도 잘 내지
수화기를 들고는 전화를 걸기도 하고
휴지를 꺼내 들고는 코를 풀기도 하고
컴퓨터 앞에 앉아서는
마우스를 움직이고 자판을 두들기고
눈으로 보는 것은 못 하는 것이 없다
그 앞에서 무엇을 하기가 조심스러운
뒤뚱뒤뚱
아장아장
욕심도 많지
모든 것이 지 마음대로다
먹고 싶은 것이 그렇고
하고 싶은 것이 그렇고
갖고 싶은 것이 그렇고
엄마 등에 업히는 것이 그렇다
아니면
어디고 생 떼 쓰며 나 뒹굴어 버리는
뒤뚱뒤뚱
<동기 산악회 남해 여행>
남해로 출발!
아직 잔설이 남아 있는 늦겨울
때 이른 나들이의 신명 나는 출발 신호였다
지난 3월1일 07시 반포 킴스클럽 앞
새벽 잠을 설치고도 희색이 만면
12명의 동기 일행은 두 대의 차에 나눠 타고
손수 운전으로 1박2일간의 나들이 페달을 힘 차게 밟았다
경부고속도로 대진고속도로 88고속도로
훤히 뚫린 고속도로는 우리들의 마음까지 시원스럽게 뚫어 주었고
휴게소의 새참 우동 한 그릇은 그 날 따라 맛이 한층 더 했다
천리 길을 달려 13시 남해에 도착
남해의 관문 남해대교
현수교의 늘씬한 몸매는
우리의 기술을 자랑이라도 하는 듯 했고
유유히 흐르는 쪽빛 바다와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이었다
서울에서 천리 길을 달려 간
남해는 이미 겨울이 아니었다.
봄 기운이 감도는 화사한 햇살
상쾌한 바닷바람
만개한 동백꽃과 산 등성이 등 길가에 핀 이름 모를 꽃들
그리고 어느새 푸른 들녘
그것은 남해의 특산물 마늘 밭
겨울 잠에서 깨어 나 기지개를 편지 오래였다
이렇게 남해는 이미 봄의 문턱을 저~ 만큼 넘어 서 있었다
남해대교를 벗한 바로 옆 식당
식성에 따라 재첩국과 된장 찌게 백반
여기에 빠질 소냐
소주 한잔과 좌중의 시끌덤벙
천리 길을 달려온 여정의 피로를 말 끔이 씻었다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충렬사
남해대교를 바로 마주보는 언덕 위에 세워져 있어
지금도 충무공의 노량대첩 호령이 들리는 듯 했고
충무공의 전사를 기리고 그 유해가 맨 먼저 안치된 곳 이낙사(李落祠)
"지금 전투가 한창이니 내가 죽었다는 말을 하지 말라"
숨을 거두는 순간에도
나라를 위한 충무공의 애국충절을 보는 듯 했고
충무공의 당부 말이 귓전에 들리는 듯 했다
<남해의 관광 1번지 菩提庵>
해돋이 관광의 1번지 보리암
금산(681m)의 정상에 위치한 암자(庵子)
그날이 휴일
전국 각지에서 온 관광객으로 만원사례
우리 일행도 빠질 새라 차례를 기다려 땀 흘려 올랐으나
운무가 끼여 주위의 경관을 제대로 보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산 정상에는 우리나라 최 남단의 봉수대가
옛 그대로 보존되어 있었고
단군성전 등이 모셔져 있었다
남해의 남단에 위치한 상주 해수욕장
족히 2km 남짓 되는 완만한 백사장 고운 모래 쪽빛바다
뒤에는 아람들이 소나무로 빽빽한 방풍림
양 옆은 산으로 둘러 쌓이고 앞에는 작은 섬이 가로 놓여 있어
아늑하고 운치 있는 천혜의 해수욕장
철 지난 해수욕장은 우리의 독 차지였다
우리 일행은 백사장을 걸었다
이래서나 할아버지들이 무리 지어 백사장을 걸어 보는 거지....
저쪽 끝까지 걸었고 다시 걸어 왔다
할아버지들이 한가롭게 펼치는
한편의 평화로운 영상이었다
저녁
해수욕장이 바라다 보이는 회집
회도 많았고 소주도 많았고 말들도 많았다
장식도 없이 맨 접시에 담아 놓은 회 맛이 그리도 일품이었고
소주는 아예 달콤했다
장내는 왁자지껄 식당이 떠나갔고....
 누가 우리를 할아버지들이라고 했던가
식당 주인 아줌마가 무색해 웃으며 달아나더라
'철석철석' 파도소리가 들리는 민박집의 밤
낭만이 따로 있더냐 이것이 바로 낭만이더라
그래도 모자라
한 방에선 소주파티
한 방에선 고스톱
한방에선 바둑
밤은 이슥했는데 언제나 잣을고....
이튿날 아침
어제 저녁 그 식당
해장으로 반주까지 곁 드린 아침식사
못 말리는 우리 할아버지들....
식사를 마친 일행
남해의 해안도로 일주관광
진안 마이산으로 출발
12시 마이산 도착
마이산과 탑사관광
솟아 오르듯 우뚝 솟은 마이산의 두 봉우리
언제 봐도 장관이고
탑사의 돌탑들
볼 때 마다 쌓은 이의 그 끈기와 정성이 놀랍고....
마이산 기슭 식당에서의 점심
이곳의 귀한 음식 애저(猪)탕
 이 귀한 음식에 이번 나들이의 마지막 식사자리
또 한바탕 좌중은 떠나갔으니....
이 할아버지들을 누가 말리리요.
귀경길
우리 일행의 노익장은 더욱 힘이 넘쳤다.
[차량지원:임중재(카니발),이만진(승용차)]
[참석: 문명찬 민평식 안흥수 양재일 윤홍근, 이덕열 이만진 이영범 이인재 임중재 원동식 호윤수]
<시 장 보 기>
 애들 시집 장가 다 보내고 나면 살림 차려 내 보내고 의례 나이 들어 노인네들끼리 둘이 살기 마련이다. 이때쯤이면 직장에서도 물러나서 둘이 다 집에 있는 것이 통례이기도 하다. 우리 집도 벌써부터 이런 축에 든 지 오래다.
애들도 없이 단 둘이다 보니 심부름 하나 해 줄 사람도 없다. 잘하든 못하든 살림은 둘이서 꾸려 나가야 한다. 시장 보는 것도 둘이의 몫이 될 수 밖에 없다. 시장은 요즈음 대형 마트가 많이 생겨 편리하고 싸기도 해서 마트로 가기 일쑤다. 우리도 마트를 주로 이용하고 있다. 이때 나는 운전기사요 매장에서 카트를 밀고 집사람 뒤를 따라 다니는 '카터'다. 그러나 나는 집사람과 마트로 시장 보러 가는 것이 즐겁고 재미가 나서 따라 다닌다.
첫째는 부페식을 맛 보는 것이 즐거움이고 재미다. 요즈음 대형 마트에 가면 갖가지 맛보기 음식 차림상이 너무도 많다. 고기와 햄구이, 생선과 장어구이, 떡과 빵, 김치와 나물 젓갈, 주류와 안주 음료, 차와 과일, 없는 먹거리가 없을 정도다. 가히 여느 부페식당 못지 않는 부페식단이라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카트를 밀고 집사람 뒤를 슬슬 따라 다니면서 슬쩍슬쩍 이 부페식을 맛 보는 재미가 여간 쏠쏠한 것이 아니다. 무슨 음식이든 맛보기 맛이 더 맛이 있듯이 바로 그런 맛이다. 처음에는 쑥스러운 기분에 머뭇거리기도 했지만 지금은 보통이 되어서 한 점이 아니라 차분이 서서 두서너 점까지 집어 먹기도 한다. 카트 밀며 집사람 따라 다니는 재미이고 즐거움이다.
 둘째는 집사람의 구박 받는 것이 즐거움이고 재미이다. 마트에 가면 통상 집사람은 앞에 가면서 물건을 사고 나는 카트를 밀면서 그 뒤를 따르기 마련이다. 이럴 때 나는 잘 따라 다녀야 하는데 어쩌다 넓은 매장에서 늦기도 하고 서로 떨어져 잃어 버리기도 한다. 이 때 원인은 전적으로 내게 있다. 위에서 말한 부폐식을 맛 보다가 그렇고, 색다른 물건이 있으면 그걸 잠 간 보는 사이에도 그렇고, 나도 사고픈 물건이 있어서 그것을 골라 담다 보면 그러기도 한다. 이런 것들이 모두 구박 감이다.
 늦으면 늦는다고 구박이고, 뭘 그렇게 먹느냐, 뭘 그렇게 보느냐, 그런걸 왜 넣느냐고 구박이다. 다니다가 집사람이 안보이면 아차! 하고 집사람을 찾아 나서지만 진열대 사이사이 꾸불꾸불 매장과 사람들 틈에서 쉽게 찾을 수가 없다. 어떨 때는 한참을 숨바꼭질 하다가 찾기도 한다. 이쯤 되면 집사람은 이미 굳은 표정에 양 손에는 물건이 들려진 채 얼굴색이 다르다.
 나는 또 한번 아차 해 보지만 물은 이미 엎질러져 버린 것 집사람의 큰 구박이 떨어진다. 어디서 뭘 했느냐고? 이 때 나는 묵묵부답이다. 구박에는 더 이상의 상책이 없다. 무조건 우물우물이다.
그리고 어쩌다 내가 카트에 집어 넣은 물건은 꼭 집사람의 계산에 어긋나고 있는 것들이다. 집에 있는 물건이거나 아니면 집사람의 장보기 계산을 넘는 비싼 것이 일쑤다. 이 때도 나는 영락 없이 구박이다. 집에 있는 것을 알지도 못하고 샀다느니 또는 비싼 것을 값이나 보고 샀느냐는 등이다. 이 구박에도 나는 우물우물, 그 물건들을 원대복귀 시키러 가고 있다.
 그러다가 언젠가는 꾀를 부렸다. 시침 뚝 따고 큼직한 갈비상자도 카트에 넣었고 다음 번에는 큼직한 굴비상자를 넣기도 했다. 이 때 집사람의 큰 구박을 뒤로한 채 원위치 시키는 발걸음이 얼마나 가볍고 고소 했는지..... 그러나 이 꾀는 오래 가지 못 했다. 곧 들통이 나고 말았다. 한두 번이 고작이었다. 이내 장난하지 말란다. 이 때도 나는 우물우물이다. 그러나 집사람의 구박은 왠지 싫지가 않고 오히려 즐거움이고 재미다.
다음에도 또 다음에도 마트부페가 좋아서 그리고 집사람의 구박이 좋아서, 집사람 시장 보러 가면 운전기사 되고 카터 되어 따라 나서련다.
<크루즈 여행>
이 글이 크루즈여행을 떠나려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참고가 되기 바란다. 2011년 2월 11일부터 3월 8일(25박26일)까지 지중해 및 대서양 크루즈여행을 다녀왔다. 이 중에서 실제 크루즈 여행기간은2011년 2월 13일부터 3월 6일(21박22일)까지 이고 남은 기간은 크루선의 모항인 스페인 지중해연안에 있는 바르세로나 항까지 가고 오고 한 기간이다.
여행코스
(1) 동 지중해 (2011. 2.13 - 2.25)
스페인 바르세로나항을 출항해서 이태리(시비타베치아, 로마) -그리스 (피레우스, 아테네) - 터키(이즈미르, 에페소스, 이스탐불) - 에지프트 (알렉산드리아, 카이로) - 몰타(지중해 섬나라의 바레타) - 바르세로나 항(관광) 귀항
(2) 서 지중해 대서양 (2011. 2.26 - 3.6)
스페인 바르세로나항을 출항해서 모로코(카사브랑카, 아가디르) 카나리아제도(대서양상에 위치한 스페인령 그란카나리아섬의 라스팔마스) – 마데이라 섬 (대서양상에 위치한 포르투갈령의 푼첼) 스페인(마라가, 그라나다) - 바르세로나항(관광) 귀항
언제가 오래 전 캐나다의 퀘벡을 여행할 때다. 퀘벡항에 두 척의 크루즈선이 정박해 있는 것을 봤다. 크루즈선을 처음 본 것이다. 그 때까지만 하더라도 우리나라에서는 크루즈란 말조차 생소하던 때였다. 너무 컸다. 올려다 보려니 그 앞에서 압도 되었다. 더욱이나 순백색의 하얀 배의 위풍은 귀족의 품위까지 풍기고 있었다. 저런 배에는 도대체 누가 타는 걸까? 감히 넘보지 못 했다.
우리 부부 70이 훨씬 넘은 나이다. 해외여행은 이제 졸업한 나이라고 생각해 왔다. 여행사의 페키지 여행을 따라 다닌다는 것이 이제는 힘에 부치고 건강에 무리가 따르기 때문이다. 그러던 차에 우리여행의 졸업여행이라 생각하고 큰맘 먹고 지중해와 대서양을 넘나드는 멀고도 먼 긴긴 크루즈여행을 다녀왔다. 여행하는 동안 힘들지도 않았고 돌아와서도 아무렇지도 않았다. 크루즈여행 이기에 가능했다.
크루즈여행은 노년의 여행이고 일반여행에 비하면 부담도 훨씬 큰 호화여행이다. 크루즈선은 여행기간 동안 여행객의 저택이고 이 저택이 여행객을 태우고 이곳 저곳 통째로 옮겨 다니면서 여행을 시켜준다.
저택에 살면서 여행을 하니 짐은 한번 풀어 제자리에 정리해 놓으면 여행이 끝나서 떠나올 때까지 짐을 다시 풀 일도 꾸릴 일도 없고 먼 길 비행기나 버스로 피곤하게 이동할 일도 없다. 시간에 쫓겨 아침에 새벽 같이 일어나고 저녁 늦게 호텔에 와서 피곤에 지친 몸으로 잠자리에 들 일도 없다. 힘에 부치지도 않고 건강에도 무리가 따르지 않는다.
저택에는 생활에 필요한 시설이 모두 갖추어져 있다. 그것도 호화시설들이고 화려하다. 크루즈선에도 이에 준하는 시설들이 갖추어져 있다. 호텔 식의 방, 호화식당과 BAR(주류와 음료 판매), 맛있는 음식, 수영장 및 온탕 일광욕 장 헬스장 걷기코스 조깅코스 등 각종 운동시설, 대형극장 연주회장 화랑 사진관 등 문화시설, 명상 실 카지노 카드놀이방 게임 방 등 오락시설, 쇼핑센타 인터넷 환전소 및 현금인출기 고객 안내센타 등 편의시설 등이 두루 갖추어져 있다.
이 시설들을 간섭이나 제약 없이 누구나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고 이에 따른 모든 관리는 분야별로 관리인이 하고 있다. 불편한 사항이나 부족한 사항이 있으면 안내센타에 말하면 금방 해소된다. 주인인 여행객은 손 하나 움직이지 않고 이 시설들을 최대로 활용하고 즐기면 된다. 배에서는 육지와 단절되어 있다. 보이는 것도 들리는 것도 없다. 일시나마 생활 속의 잡념을 훌훌 털어버리고 홀가분하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휴가를 즐기고 휴식을 취하는 것이다. 호화생활이고 호사다.
크루즈여행은 배 안에서 생활하는 여행과 기항지 관광여행으로 나뉜다. 배 안에서 생활은 배 안의 의식주 시설과 문화 오락 편의 운동시설 등을 활용하고 즐기면서 생활하기도 하고 배가 기항지에 기항할 때나 항해할 때는 하늘과 바다 그리고 아물거리는 수평선을 벗하면서 지나가는 주위 경관을 전망하는 것이다. 하늘은 한 없이 푸르다가도 금방 구름으로 뒤덮이기도 하고 비가 내리고 안개가 끼기도 하고 무지개가 서기도 한다. 짙푸른 바다는 푸르다 못해 쪽빛이다.
잔잔하던 바다는 어느 샌가 풍랑이 일고 그 큰 크루즈선도 풍랑에는 속수무책 흔들리고 멀미를 하기도 한다. 가다 보면 멀리 섬도 보이고 아스라이 항해중인 배도 보이긴 하지만 사방을 둘러봐도 망망대해 끝이 보이지 않고 아물거리는 수평선뿐이다. 수평선은 가도가도 수평선이다. 가까이 지나치는 배끼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손을 흔들어 반가움을 전한다. 배가 기항지에 접항할 때 시가지를 바라보는 광경은 형형색색이다. 한 폭의 그림이고 어둠이 깔리면 야경이 휘황찬란하다.
항해 중 선상에 오른다
사방을 둘러봐도 망망대해
가도가도 끝도 없는 망망대해
하늘이고 바다고 수평선이고
스치는 바람뿐이다
저절로
네 활개 펴지고
깊이깊이 숨이 들이 쉬어진다
오장육부 뻥 뚫리고
뼈 속도 구멍이 뚫린다
뻘떡이는 생명에
희열이 솟구친다
아.... 좋다
기항지관광여행은 배에서 내려 관광하는 육상관광을 말한다. 이 관광을 하려면 기항지마다 몇 가지의 관광상품이 있는데 이 상품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여 하루 전까지 신청을 하여야 한다. 다음날 아침 배가 기항지에 도착하면 자기가 탈 버스를 배정받아 버스에 타면 신청한 관광을 하게 된다. 종일 관광은 관광지에서 점심을 하는데 특급호텔 뷔페 등 최고급 식당에서 하고 그렇지 않을 때는 점심시간이 좀 늦더라도 배에 돌아와서 한다. 기항지관광은 선택관광이기 때문에 이 여행비는 크루즈여행비와 별개로 별도 계산한다. 그러므로 크루즈여행 계약 시는 이를 감안해야 하고 싫으면 안 해도 된다.
크루즈여행에서 언어는 여행객이 세계 각지에서 오기 때문에 영어가 사용된다. 배 안에서는 물론이고 기항지관광시 가이드의 설명도 영어다. 영어를 하지 못하면 개별적인 크루즈여행은 안 하는 것이 좋다고 권한다. 답답하고 불편한 여행이 될 수 밖에 없고 여행의 즐거움이 반감되기 때문이다. 다만 여행사를 통해 가이드가 동반하는 단체여행을 하라고 권한다. 단체여행 시는 영어를 하지 못하더라도 배안 에서는 가이드의 도움을 받을 수 있고 기항지관광시는 우리 여행객만 단체로 탈 수 있는 버스와 현지 우리말 가이드를 배정 받을 수 있어서 큰 불편 없이 여행을 할 수 있다.
여행의 3대요소라면 먹는 것 자는 것 이동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크루즈여행에서는 이 세가지 요소가 다 갖추어져 있다. 먹는 것은 호텔 식에 준한다. 식당은 여행자식당과 유료식당이 있다. 여행자식당은 부폐 식당과 정찬식당 등이 있다. 여기가 여행자의 주 식당이다. 여기서는 여행자 모두가 정해진 식사시간 내에서는 몇 번이고 자유롭게 식사할 수 있다. 유료식당은 말 그 대로 식사비를 내고 식사하는 식당이다.
여행하는 동안 한번쯤 별식으로 또는 경험 삼아 먹어볼 수도 있겠지마는 굳이 유료식당에서 먹을 필요는 없다. 유료식사비가 비싸기도 하지만 여행자식당 식사도 유료식당에 못지 않을 만큼 좋고 만족스럽기 때문이다. 음료와 주류는 어디서고 모두 사 마셔야 한다. 그 값도 비싸다. 다만 아침 식사 때만 쥬스를 제공하는 것뿐이다. 물도 식당이 아니면 마실 수 없고 사서 마셔야 한다. 크루즈여행 시는 반드시 작은 물병 2개쯤 준비해 가서 식당에서 물을 가져다 마실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
자는 것도 호텔식에 준한다. 방은 방의 크기 창문 또는 베란다 유무에 따라 값이 달라진다. 창도 없는 안쪽의 가장 작은 방에서부터 슈이트 룸과 빌라까지 다양하다. 안쪽의 가장 값이 싸고 작은 방도 좋고 알뜰하다. 침대 샤워 실이 딸린 화장실 TV 냉장고 전화기 책상 옷장 선반 금고 전신거울 그림액자 드라이 전기콘센트(100V 200V) 냉난방조절기 등 생활에 불편 없이 아기자기하게 잘도 꾸며져 있다. 여행 중 금고를 최대로 활용하면 편리하다. 방을 비울 때도 여권 현금 등 귀중품은 여기에 보관하면 편리하고 안전하다.
샤워장에는 빨래 줄까지 있어서 내의 등 간단 한 세탁은 화장실에서 할 수 있고 하룻밤이면 다 마른다. 화장실에는 수건 물비누 샴푸가 있을 뿐이다. 그 외 세탁비누와 세면도구 기타 필요한 용품은 모두 준비해 가야 한다. 방 청소 및 정리는 하루 2~3번씩 수시로 해준다. 방문 바깥벽에는 방안 투숙객의 상황을 알리는 표시표가 있는데 때에 따라 이 표시표를 회전해 가며 사용할 수 있다. 이동하는 것은 일반여행이라면 관광지간의 이동을 하느라 짐을 꾸려 싣고 몇 시간씩 비행기나 자동차로 이동을 하다 보면 피로가 싸이고 지치기까지 하지만 크루즈여행은 여행객을 태우고 저택 자체가 이동을 하니 지역간 이동에 따른 피곤이 있을 수 없다.
우리가 탄 크루즈선의 이름은 NORWEGIAN JADE이고 회사는 미국국적의 NORWEGIAN CRUISE LINE (NCL)이다. 9만3천3백톤 급이라 했다. 배라기 보다는 15층 높이의 거대한 빌딩이었다. 승무원 2000여명 승객 2300여명이 승선한다고 한다. 이 많은 인원이 만선을 이루었는데도 식사시간 외에는 사람이 붐비는 곳이 없다. 오히려 한산할 정도다. 승객은 85%이상이 노인들이고 85%이상이 미국 캐나다 등 서구인들이고 동양계는 소수의 중국인이 있을 정도다. 중국인들도 중국 본토인은 없고 영어권에서 사는 홍콩 또는 화교들이다. 한국인은 동행한 우리 두 가족 4인이었다. 일본인이 한 명도 없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우리에게 묻는 사람마다 중국 또는 일본이냐고 묻는다. 한국이라고 하면 놀라운 표정으로 무척 반가워 했다.
승객 중에는 몸이 불편한 분들도 상당수 있었다. 뇌졸중 또는 선천성 뇌성마비로 불편한 사람 목발을 짚은 사람 휠체어를 탄 사람 팔 기브스를 한 사람 등이다. 우리의 의식으로는 여행을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사람들이고 남에게 보이기 꺼리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그 가족들은 스스럼 없이 그들을 정성으로 보살피고 부축하면서 여행을 하는 것을 보았을 때 가슴에 와 닫는 진한 감동을 받았다. 이 같은 여행은 크루즈여행이기에 가능했다. 크루즈여행은 이렇게 노년이나 장애인 등 신체적인 약자에게 더욱 개방된 여행이다.
승선절차는 부두에 도착하면 짐 접수대로 가서 Passport와 사전 발급된 Cruise Ticket을 제시하고 계약 시 보내준 표찰을 부착한 여행가방 등 짐을 먼저 접수시킨다. 접수된 짐은 표찰에 기록된 대로 여행객의 방 앞에 운반 해준다. 다음은 승선수속 접수대로 가서 Passport, 신용카드, Cruise Ticket을 제시하고 승선카드를 발급받으면 승선하게 된다. 승선카드는 방 Key임과 동시에 배 안에서 사용되는 신용카드가 된다.
배 안에서는 현금은 일체 사용되지 않고 이 카드로만 결재할 수 있다. 기항지관광비 식사비 물건구매 등 배 안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거래는 이 카드로 결재한다. 각각 결재된 총 금액은 여행마감일 전날 명세표로 통보되고 이의가 없으면 승선 시 제시한 카드구좌로 청구되어 지불하게 된다. 영수증은 증빙으로 그때그때 꼭 챙겨두어야 한다. 배 밖에서는 현금 또는 개인신용카드를 사용해야 한다. 승선카드는 유효기간이 여행이 끝나고 하선할 때까지고 회수되지 않고 기념으로 여행객에게 지급된다.
여행이 끝나고 하선하기 위해서는 전날 저녁까지 짐을 꾸려서 사전에 배포된 색이 표시된 표찰을 짐에 부착하고 방밖에 내놓으면 된다. 짐은 다음 날 정해진 시간에 하선해서 짐에 부착한 표찰의 색이 표시된 부두회전대에서 찾으면 된다. 그렇지 않고 직접 가지고 하선해도 된다. 휴대전화기는 로밍 해가도 승선해 있는 동안은 통화가 되지 않고 육지에 상륙했을 때만 통화가 가능하다. 승선 시에도 통화를 하기 위해서는 요금을 내고 선사 측에 신청을 해야 한다. 노트북컴퓨터도 선사측 에 회선사용료를 내야 사용할 수 있다.
옷은 크루즈선에 따라 조금씩 다를 수 있다. 요즈음은 점차 복장에 대한 제한을 두지 않는 방향으로 가는 추세라고 한다. 그러나 한 벌쯤은 정장 (와이셔츠, 넥타이, 구두)을 준비해 가는 것이 좋다. 우리의 경우 완전 자유복이어서 편했다. 정장을 준비해 갔지만 거의 입지 안았다. 수영복과 츄리닝 실내 슬리퍼를 준비하고 그 외 옷은 일반여행에 준하면 된다. 비상 약은 일반여행에 준하지만 반드시 멀미 약은 준비하여야 한다. 크루즈선 같은 대형선박은 멀미가 없을 것이라 생각하고 준비를 안 했다가 멀미로 혼이 났다. 할 수 없이 배에서 사 먹었는데 값이 비쌌다. 다른 약들도 비싸기는 마찬가지다.
크루즈여행은 일반여행에 비해 여행비 부담이 월등 큰 호화여행이다. 그리고 노년에 알맞은 여행이다. 더러는 배 안에서 많이 지내기 때문에 지루하고 권태로운 여행이라고도 한다. 그래서 출발부터 이를 해소하는 방법으로 책 오락기구 등을 준비하기도 한다. 우리도 처음이라 그러리라 여기고 책도 몇 권 준비해 갔다. 그러나 막상 가서 보니 생각이 달라졌다. 지루함과 권태로움을 생각했다면 처음부터 오지 말았어야 했다는 것이고 책을 읽기 위해 그 큰 돈 들이고 이 먼 곳까지 왔느냐는 것이다. 그리고 처음 해보는 크루즈 여행이기에 기대도 희망도 호기심도 얼마나 많았었는가? 하는 것들이었다.
그래서 최대한 배와 함께 했다. 좋고 맛있는 음식 원 없이 먹고 운동도 하고 수영도 하고 일광욕도 하고 공연도 보고 쇼핑도 하고 사진도 찍고 오르락 내리락 시설을 순회하기도 하고 멀리 망망대해를 조망하기도 하고 선미에 서서 스쿠류의 세찬 물결과 그 물결이 일으키는 쭉 뻗은 포말의 물길을 관망하기도 하고 주위 여행객들의 면면을 구경하기도 하고 여기저기 앉아 쉬면서 집사람과 우리 호사한다고 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 담소도 하고 방에 들어가 한숨 하기도 하는 등 느긋한 마음으로 즐겁고 재미나게 지냈다. 오히려 책을 넣었던 가방은 비행기 탑승수속 시 중량 초과로 곤욕을 치렀다.
배에는 환전창구와 현금인출기가 있어서 필요하면 신용카드로 불화를 인출할 수도 있고 유로화 등으로 환전도 가능하다. 이에 따른 수수료는 물론 감안해야 한다. 이번 여행은 영어를 하고 크루즈여행도 해본 친구가 간다고 하기에 기회다 생각하고 따라 나섰다. 크루즈선사와 계약도 이에 따른 절차도 모두 인터넷으로 친구가 다 했다. 친구에게 감사한다. 처음 해본 크루즈여행 원 없이 해 봤고 잊지 못할 좋은 여행이었다. 그리고 부담은 좀 되더라도 한번쯤은 꼭 해볼만한 여행이라고 권한다. (2011. 3)
<할머니들의 건배>
일산신도시에는 ‘정발산’이라는 나지막한 동산이 하나 있다. 이 동산은 도시 중앙에 위치해 있고 사방에서 오르내릴 수 있는 길이 나 있어서 일산시민이면 누구나 어디서든지 쉽게 오를 수 있고 산책을 즐길 수 있다. 일산 호수공원과 더불어 일산시민의 쉼터이고 건강을 다지는 산책코스다. 일년 사 시절 남녀노소 없이 사람이 끈이지 않는다. 중간중간 쉬어 가면서 오르락내리락 산책하다 보면 한 시간 정도 걸린다. 정상에는 ‘평심루’라는 큼직한 정자가 있어서 정발산에 오르는 사람이면 누구나 여기에 올라 쉬어가기 마련이다. 평심루에는 난간에 걸터앉을 수 있는 자리가 쭉 둘러 마련되어 있고 가운데에는 평상 두 개가 놓여 있어서 앉아서 또는 누워서 편하게 쉴 수도 있고 평상에 둘러앉아 담소도 할 수 있다. 평심루에 오르면 한 눈에 일산시가지를 전망할 수 있고 멀리 서울과 북한산, 김포 앞 바다, 임진강, 오두산 전망대, 임진강 건너 북한까지 전망할 수 있다. 나 역시 시간이 나면 자주 오르곤 한다. 오를 때마다 툭 트인 사방을 전망하다 보면 어느새 마음까지 뻥 뚫리는 기분이다.
어제도 정발산 산책을 하고 12시경 평심루에 올랐는데 60대 후반쯤으로 보이는 할머니 넷이서 평상 하나를 차지하고 앉아서 각자 싸온 점심들을 풀고 있었고 그 가운데는 종이소주잔 네 개와 소주 한 병이 놓여 있었다. 주위에는 산책 나온 산책객들이 바로 옆에 앉아 쉬고 있었다. 그러나 할머니들은 주위의 시선에는 조금도 개의치 않는 듯 스스럼없이 점심차림을 하고 있는 것으로 봐서 할머니들의 이 같은 점심은 한 두 번이 아닌 듯 했다.
드디어 식사가 시작되었다. 한 할머니가 ‘우리 소주 한 잔 해야지’ 하면서 소주병을 들고 따더니 소주잔에 소주를 따라서 한 잔씩 돌렸고 자기도 한 잔 따라서 건배를 한다. ‘우리 모두의 건강을 위하여’라고. 건배를 합창하고 난 후 한 할머니가 말을 했다. ‘다음에는 내가 술 가져올게’ 라고. 이 말에 모두는 박수로 답을 하고 이여 모두 식사를 시작했다. 서로 자기가 만들어 온 반찬을 먹어보라고 권하면서 오순도순 맛있게 식사를 하는 것이 아닌가! 할아버지들이라면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할머니들 이였기에 반주를 곁들인 나들이 점심이 신선하고 이색적이고 보기에도 좋아 보였다.
정발산을 많이 올랐어도 처음 본 할머니들의 이런 광경을 사람에 따라서는 생각을 달리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내게는 한없이 부럽고 재미있고 좋게만 보였다. 둘러앉아서 덤덤하게 싸온 점심만 풀어 놓고 먹는 것보다는 술잔을 들고 건배를 합창하는 것이 식사 분위기를 얼마나 더 돋구겠는가 말이다. 서로 간에 우의는 또 얼마나 더 돈독해 지겠는가. 그 할머니들이 행복하고 평안해 보였고 여생을 친구들과 함께 잘도 보내고 있구나 했다. 그리고 그 나이이면 젊었을 때 며느리로 엄마로 아내로 주부로써 고달픈 삶을 살아 온 세대라 할 수 있다.
이제는 다 털어 버리고 편하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젊었을 때 힘들고 고달픈 삶을 보상이라도 받고 있는 것이 아닌가 했다. 참으로 활짝 핀 여생을 보내고 있는 할머니들이구나 했다. 생각 같아서는 당장 한 자리 끼어들고 싶은 마음이기도 했다. 그러나 차마 끼어들지는 못하고 속마음으로만 끼어들고 거들었다. ‘할머니들! 술을 딸아 준 사람에게는 받은 사람이 술을 딸아 줘야지 자기가 자기 잔에 술을 딸게 하는 법이 어디 있소. 또 이 세상에 술 인심같이 좋은 것이 없다고들 하는데 이 좋은 자리에서 옆 사람에게 한 잔 해보라는 말 한 마디 없소. 다음에 올 때는 한 병쯤 더 가져 와서 옆 사람에게도 한 잔 권하기도 하면 얼마나 좋겠소.’ 이었다.
요 근래 와서 여자들이 술을 마시는 것은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다. 옛날 같으면 있을 수도 없는 일이지만 설사 있다 해도 거부반응이고 지탄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보통이 된지 오래다. TV드라마나 영화에서까지 드러내 놓고 있으니 이제는 여자의 음주는 이야기 거리가 되지 않을 만큼 세상이 바뀌었다.
그러나 할머니들의 이 자리가 젊은 엄마들이었다면 분위기는 정 반대였을 것이다. 꼴불견이었고 거부반응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할머니들이었기에 나뿐 아니라 주위 사람들도 모두 환하게 웃고 박수를 보내는 분위기였다. 할머니들의 식사자리를 뒤로 하고 정발산을 내려오는 내내, 집에 와서도 할머니들의 즐거운 식사자리가 눈에 선했고 웃음소리가 귓전을 맴돌고 있었다. 할머니들! 내내 건강하시고 오래오래 사세요. (2011. 6. 녹산 이영범)
<호와 닉네임 신고>
號는 "綠山", 닉네임은 "비락우유" 라고 지었습니다. 앞으로 많이 불러 주시기 신고 드립니다. 號는 이번이 처음이고 닉네임은 어릴 때 불러진 애칭인데 컴퓨터를 배우면서 닉네임으로 써오고 있습니다.
綠山은 제가 산을 좋아 할뿐 아니라 綠陰 짙은 山의 싱싱한 푸르름이 좋았고 그 속에는 새 생명과 젊음이 요동치는 것 같아 錄山이라 했고 비락우유는 우리나라 최초의 아기분유 이름입니다. 그때 그 우유 통에 그려진 아기 그림이 복스럽고 탐스러웠습니다. 원래 童顔이고 그때는 얼굴에 살도 두툼했든 내가 그 아기를 닮았다고 해서 불러지게 된 별명입니다. 그 때를 회상하며 쓰고 있습니다.
원래 號는 처음부터 생각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컴퓨터를 하다 보니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만나서는 서로 말을 놓는 사이라도 사이버공간에서 글이나 메일을 쓸 때는 그렇게 할 수 없었습니다.
이름에다 "학형" "형" "동기" "선생" "사장"등을 붙여 써지게 되고 그래야만 상대방에 대한 예의를 갖춘 듯 하고 마음도 편 해졌습니다. 이건 나뿐 아니라 내 이름에도 그렇게 붙여지고 있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쑥스럽기도 하고 불편하기도 하고 어렵기도 한 기분이었습니다.
그러나 號는 이런 어려움 없이 격의 없고 편하게 부를 수 있는 호칭이 아닌가 하고 여겨져 號를 갖기로 하고 오늘 신고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號에 대한 깊은 지식이 없습니다. 만일 이 같은 저의 생각이 잘못 되었다면 무식의 소치라 이해 해 주시고 아는 분은 號에 대한 바른 이야기를 가르쳐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綠山 李 潁 範 2003.05.22
<일상에서>
집사람이 어깨를 다처 팔을 쓰지 못한다. 더욱이나 오른팔이고 보니 어려움이 더 하다. 이러다 보니 둘이 사는 생활 살림살이가 정지, 마비상태더라 밥하는 것이 별거더냐, 설거지 빨래하는 것이 별거더냐, 청소하고 집안 치우는 것이 별거더냐.
그러나 찬거리 만드는 것은 별거더라. 다른 찬거리는 엄두도 못 내고, 손쉬운 된장찌개, 콩나물국을 끓여 놔도 맹물 탕 아니면 장아찌 탕 이더라. ‘다 차렸다’ 하고 앉은 밥상에는 빠진 것이 왜 그리도 많더냐, 수저를 놓지 않아 가져와 앉으면, 젓가락을 가져오지 않아 또 일어서야 하고, 때에 따라 필요한 간장, 고추장 등이 빠져 또 일어서야 하고, 차려 놨다는 밥상머리에서 몇 번을 일어서야 했더라.
먹고 나면 먹은 것은 별거 없는데 설거지 거리는 무엇이 그리도 많더냐, 나중에는 냉장고에서 꺼낸 반찬 통 그대로 통째로 놓고 먹게 되더라.
집안 살림살이는 일 같지도 않은 일들이더라. 그렇다고 안 하면 당장 표가 나는 것이 또한 집안 살림살이더라. 손에 물이 마르지 않고 편히 앉아 쉬지 못한다더니 그것이 집안 살림살이인가 하더라. 그래도 꼼짝 못하고 이를 지켜봐야만 하는 집사람이 더 안 되었더라. (綠山 李穎範.2005.11.04)
<주변에서>
요즈음 관악산에 가본 분은 알 것이다. 등산을 하다 보면 등산로 군데군데에 철 구조물로 된 나무계단이 설치된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지난 연말에 임박해서 완공 되었다. 설치 당국에 의하면 산림훼손을 막기 위해서라고 하고 있다.
당국이 내 세우는 산림 훼손이라는 말에 일리는 있다. 그 원인은 전적으로 등산객에게 있다 할 것이다. 애초부터 나 있는 등산로로 다니면 좋으련만 한사코 그 옆에 길을 내고 또 내고 해서 다니다 보니 오솔길 등산로가 큰 대로가 되고 어떤 곳은 광장로가 된 곳도 볼 수 있다. 이런 곳을 볼 때면 나부터도 안되었고 딱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등산객의 자성이 아쉬운 면이기도 하다.
그러나 산속에 구조물을 설치한 그 자체가 자연과 산림을 훼손하는 것이 아닌가 해 진다. 깊고 높은 산을 오르다 보면 등산로 위험지역에 설치된 계단을 흔히 볼 수 있다. 이렇게 등산로의 위험지역이라면 안전을 위해 부득이 하다 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곳에 인공 구조물이 들어 선다면 흉물이 될 수도 있다. 관악산의 경우가 바로 이런 경우가 아닌가 한다. 등산객의 안전과는 전혀 무관한 평지나 경사면에 설치 되어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나 등산길에서 계단은 등산객 모두가 피하는 길이다. 오를 때도 내려올 때도 모두 힘들고 불편하기 때문이다. 벌써 이 계단 옆으로 등산로가 새로 생겨 난 곳이 있기도 하니 이를 어떻게 설명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렇다 보니 나부터도 이해가 안 되지만 지나가는 등산객들도 같은 생각들이다. "이런 곳에 이런 계단을 왜 설치 했는지 모르겠다. 이렇게 하려면 공사비도 많이 들었을 테데..." 하는 불만이고 심하게는 공사가 작년 연말에 임박해서 끝난 것을 두고, 남아 도는 예산 나눠 먹기 식 공사라고 까지 비아냥대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결론은 예산 낭비고 적정치 못한 공사라는 볼멘 소리들이다.
자연경관을 살리고 산림훼손을 막겠다는 당국의 조치는 이해한다. 그러나 이런 곳이라면 굳이 구조물계단 보다는 등산로 양쪽으로 굵직한 말뚝과 로프 등으로 튼튼한 난간만 설치 해도 충분할 듯 했고 그랬다면 자연 경관도 살리고, 산림 훼손도 막고, 등산하기에도 좋고, 공사비도 적게 드는 일석사조의 효과를 거두지 안 했을까 하는 생각 이였다. (綠山 李穎範.2005.02.02)
<두려운 자화상>
누님! 우리 아버지 형제 분이 3형제였소. 지금은 다 돌아가시고 안 계십니다만 이 중에 막내 숙부님은 숙모님이 먼저 돌아가시고 아들네와 같이 살다가 말년에는 요양원에서 외롭게 지내시다 돌아가셨소. 막내 숙부님은 3형제 중 성격이 활달하고 매사 사리 분명하시고 자세도 흐트러짐이 없었소.
어느 날 손자 하굣길에 학교 앞으로 마중을 나갔다가 할아버지를 보고 뛰어 와 안기는 충격에 뒤로 넘어지면서 뒤통수를 크게 다쳤습니다. 연로해서 기력이 없었던가 봅니다. 이것이 원인이 되어 정신이 흐려졌고 점점 더해지다가 끝내는 치매에 이르게 되었소. 멀쩡하고 정정하시던 분이 이렇게 되리라고는 전혀 생각을 못했소. ‘숙부님이 어쩌다 이렇게 되었지!’ 멍한 숙부님을 바라보노라면 이런 탄식이 나오기까지 했소.
숙부님이 병원에 계실 때였소.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오락가락 정신이 흐려서 간병인을 두고 치료를 받고 있는 중이었소. 동생들이 자식 된 도리를 다 하고 있다고 봐야겠지요. 그러나 숙부님은 차도가 없었습니다. 내가 보기에도 병원치료는 무의미 해 보였습니다. 숙부님은 슬하에 3형제를 두었고 나는 큰 집 맏형입니다.
하루는 갔더니 동생들이 숙부님을 집으로 모시기로 했다고 했습니다. 나는 그 말에 그랬습니다. ‘아버지가 병원에서 나가는 것은 좋지만 집으로 모시는 것은 안 된다’ 고 했습니다. ‘그래 집으로 모신다고 하자. 누가 어떻게 모실 거냐?’ 고 반문했습니다. 요양원으로 모시라고 했습니다.
숙부님을 집에서 모신다면 가족 중 누구 한 사람은 곁에서 숙부님을 지키고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온 가족의 신경은 어떻겠습니까? 온통 부모 간병에서 벗어나지를 못하고 끌려가는 꼴이 될 것입니다. 바로 온 가족의 고통입니다. 부모를 모신다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자식 된 도리입니다.
그러나 이런 부모를 집에서 모신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 않습니까? 그래서 숙부님을 요양원에 모시라고 한 것입니다. 이렇게 권했지만 동생들은 숙부님을 집으로 모셨습니다. 그러나 그 후 얼마 버티지 못하고 결국 요양원으로 모셨습니다. 이를 두고 숙부님은 어떻게 생각하셨을까요? 틀림없이 잘했다고 했을 것입니다. 나도 동생들에게 잘 했다고 했습니다.
누님! 내가 뚱딴지 같이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는 지 아십니까? 누님을 보는 순간 너무 어이가 없어서입니다. 지난번 집사람과 같이 요양원으로 누님을 찾아갔을 때 누님 같은 사람이 왜 거기에 있어야 하는지 이해가 안 되었습니다. 누님은 거기에 있는 것이 만사 편하다고 하셨습니다. 당신이 원해서 왔다고 했습니다. 당신의 사정을 잘 알기에 그 말씀 이해는 합니다.
그래도 누님이 있을 자리는 거기가 아니지 않습니까? 막말로 누님이 자식들이 없습니까? 건강에 이상이 있습니까? 멀쩡한 자식이 있고 심신이 멀쩡한 누님이 오갈 곳 없는 사람처럼 왜 거기에 있단 말입니까? 거기서 누님을 보는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지려는 걸 가까스로 참았습니다. 집사람은 나보다도 더한 듯 했습니다. 누님과 집사람은 결혼하기 전부터 피붙이 같이 친숙하게 지냈기 때문이겠지요. 누님은 우리에게 거의 말할 틈을 주지 않고 내내 당신 혼자서 이야기를 다 하셨습니다.
평소에도 이야기를 재미나게 잘 하셨지만 할 말이 얼마나 많고 또 사람이 그리웠으면 그리 하셨겠습니까? 에둘러 자식들을 두둔하셨고 거기로 오게 된 이야기 등 많은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그리고 당신을 찾아 준 우리에게 반갑고 고맙다는 말을 말끝마다 하셨습니다. 누님이 이야기를 하는 중에도 그 이야기를 듣는 것보다는 누님의 모습이 눈에 밟혀 눈물이 맺히고 초라한 누님의 모습이 애처로워 멍하니 누님을 바라보기만 했습니다.
자식들이 백 번을 찾아온들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오히려 당신 마음만 더 흔들어 놓고 갈뿐이지요. 누님! 거기가 있을 사람은 당신 같이 멀쩡한 사람이 아니고 위에서 말씀 드린 우리 숙부님 같은 사람입니다. 요양원은 치매 중풍 등 만성질환자들이 입원하는 곳입니다. 누님도 그런 사람이라면 두 말 안 하겠습니다. 만일 우리도 그렇게 된다면 요양원으로 보내달라고 할 것입니다. 그곳은 누님 같은 사람은 해당이 없는 곳입니다. 그래서 이해가 안 된다는 것입니다.
이분들은 거의가 회복이 불가능한 환자로 이곳에서 요양을 하면서 죽음을 기다리는 사람들입니다. 가족이 돌보기에는 너무 힘들고 어려운 분들입니다. 그래서 부득이 이곳으로 모셨다고 봅니다. 이분들에게도 자식이 있고 형제자매도 있을 것입니다. 가족들이 이분들을 요양원으로 보낼 때는 많은 생각을 했을 것입니다. 자식으로서 자격지심도 있었을 것이고 남의 눈을 의식하기도 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전문적으로 보살피는 시설로 모시는 것이 더 좋겠다고 생각한 것 아니겠습니까? 옛날이지 지금은 이런 자식을 욕하고 손가락질 하는 사람도 없다고 봅니다. 오히려 잘 했다고 할 것입니다. 자식으로서 죄스러운 생각 가질 필요도 없다고 봅니다. 그래서 나도 내가 권해서 숙부님을 시설로 모신 것입니다.
이것이 환자도 가족도 모두를 위하는 일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자식일지라도 부모의 오랜 간병에는 효자 없다고 했습니다. 집에서 모신다면 결국에는 부모가 아니라 지겨운 짐이 되어 버리고 나아가 가정불화의 원인이 될 수도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만성질환자는 부모일지라도 요양원에 모시는 것이 정상이라고 생각합니다.
누님을 찾아 갔던 그날도 우리는 이런 사람들을 목격했습니다. 우리가 안내를 받아 누님이 있다는 방으로 가는 복도였는데 맞은편에서 오던 할머니가 다짜고짜 나를 보고 ‘오빠!’ 하면서 달려들었습니다. 무슨 영문인지 몰라 어리둥절 피했지요. 알고 보니 치매 할머니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또 누님을 뵙고 나오는데 어느 할머니가 커다란 까만 비닐봉지 뭉치를 괴나리봇짐 메듯 등에 메고 양팔은 딸인 듯 며느리인 듯 여자들이 잡고서 길을 가는 모습을 보기도 했습니다. 절로 웃음이 나왔습니다. 아마도 할머니가 어디를 가자고 안달을 하니까 그렇게 행장을 꾸리고 길 가는 시늉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자식들의 지극한 정성이 느껴져서 마음은 흐뭇했습니다.
누님! 누님은 이런 광경을 하루에도 몇 번씩 보시겠지요. 멀쩡한 맨 정신으로 말입니다. 이런 광경을 볼 때마다 누님은 어떤 생각을 하세요? 당신 자신에 대한 회의가 없으세요? ‘내가 왜 이런 곳에 와 있지?’ 하고 말입니다. 누님은 당신이 좋아서 이곳에 왔다고 했지만 우리는 아니었습니다. 그래서는 안 되는 일이었습니다. 명문가 종부로 남부럽지 않게 살아오신 누님이었습니다. 쾌활하고 진솔한 누님이었습니다. 생각하면 얼마나 가족이 그립고 또 억장이 무너지십니까? 우리 가슴이 더 미어집니다.
누님! 누님은 우리가 누님 집에 가면 항상 반갑게 맞아 주시고 손수 음식을 만들어 주시면서 우리를 즐겁고 마음 편하게 해 주셨습니다. 이뿐입니까? 우리가 돌아올 때면 손수 농사지으신 곡식이며 음식들을 바리바리 싸 주셨습니다. 귀한 것들이 아니었습니다. 찹쌀 콩 팥 깨 참기름 등 흔히 있는 것들이었습니다.
그러면서도 더 줄 것이 없다고 아쉬워하셨습니다. 주시는 물품보다도 거기에 담긴 누님의 정이 몇 배 더 컸습니다. 우리는 그것들을 들고 오면서 말했습니다. 정말 정이 많은 분이라고. 얼마나 마음이 흐뭇하고 좋았는지 모릅니다. 이렇게 누님의 정을 너무 많이 받아 왔습니다. 누님의 이런 모습을 다시 보고 싶습니다. 지금도 충분이 이런 정을 베푸실 총총한 누님이 요양원에 계신다니 참으로 안타깝고 마음이 아픕니다.
매형이 가신지 오래 되었습니다. 만일 매형이 생존해 계셨다면 누님이 그런 곳에 가셨을까요? 아니겠지요. 어떻게든 두 분이 오순도순 살고 계실 것입니다. 아마도 하늘나라에 계신 매형도 지금의 누님을 내려다보면서 분노하고 슬퍼하고 계시리라 여겨집니다. 그렇게 있을 것이라면 어서 빨리 자기 곁으로 오라고 하고 계실지도 모르겠네요.
생각 같아서는 누님을 우리 집으로 가자고 하고 싶었습니다. 아니 당장이라도 모시고 나오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정황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고 누님과 누님 가족을 욕되게 하는 일이었습니다. 그저 절실한 마음뿐이었습니다.
돌아오면서 생각했습니다. ‘요양원 환자 모두가 우리의 자화상’ 이라고 말입니다. 그러나 이런 자화상은 싫었습니다. 두려웠습니다. 더욱이나 누님 같이 한이 매치고 그 한이 첩첩이 쌓여가는 외롭고 서러운 삶은 살고 싶지 않았습니다. 마지막을 그렇게 살지는 않을 것입니다. 누님은 이 의지를 우리에게 주었습니다. 누님! 무엇보다도 마음 잘 다스리시고 편히 계십시오. (2012.09.20. 綠山 李潁範)
<일산호수공원>
요즈음 일산호수공원 한쪽 자락에 위치하고 있는 노인종합복지관 한방병원에서는 피를 맑게 하는 레이저 치료를 시행하고 있다. 노인건강 치료의 하나라고 한다. 건강 밖에 없다고 노래하는 요즈음 할아버지 할머니들, 피를 맑게 하는 치료라고 하니 너도나도 이 치료를 받겠다고 만원사례다. 매일 30분씩 10회를 받는데 사전 예약을 하지 않으면 받을 수가 없다. 나도 간신히 신청을 해서 병원개원 시간인 08시30분에 가서 치료를 받고 있다.
하루는 침대에 누워서 치료를 받고 있는데 병원 접수실에서 간호사와 한 할머니의 실갱이 소리가 들린다. 할머니는 치료를 받게 해 달라는 것이고 간호사는 예약이 안 되었으니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할머니는 간호사의 말이 들리는 지 안 들리는 지 받게만 해 달라고 졸라대고 있다. 그리고 하는 말이 전에 예약을 하고 안 온 적이 있는데 그것을 오늘 해 달라는 것이다. 상대방의 말귀는 전혀 알아 듣지 못하는 딱한 할머니였다. 난감한 것은 간호사였다. 그 후로도 한참을 실갱이를 한 끝에 할머니를 간신히 내 보내는 것 같았다.
보기에 할머니는 노인성 정신질환 증상으로 보여지고 있었다. 할머니가 나가고 난 뒤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들도 같은 생각인 듯 딱하고 안 되었다는 이야기들이었고 저런 할머니가 이 아침에 어떻게 여기까지 혼자 올 수 있느냐고 하면서 그 가족에 대한 화살이기도 했다.
할머니 같은 분을 일상에서 봤다면 무심코 지나쳐 버렸을 것이다. 그러나 병원 병상에서 보는 할머니의 증상은 예사롭게 보여지지 않았다. 누구도 나는 아니라고 장담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어느 날 갑자기 자기도 모르게 찾아 오는 병. 노인이면 가장 두려워하는 병이고 인력으로도 어찌 할 수 없는 질환이라는 것 등. 결코 남의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나는 절대로 그렇게 되지 말아야지 하는 부질없는 다짐도 했다.
한 가정에 멀쩡하던 노인이 어느 날 갑자기 이상한 행동 엉뚱한 말을 하기 시작하면 그 집안은 비상이 걸린다. 그 때부터 가정의 평화도 깨지기 일쑤다. 온 가족에게는 견디기 힘든 괴로움과 고통을 안겨 주고 결국은 가장 추한 꼴로 죽어가게 된다. 죽음에도 행복한 죽음이 있다던데 이는 가족까지 불행하게 만드는 이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죽음이 아닐까 생각한다.
노인성 정신질환 예방에는 무엇보다도 정신 쓰는 운동을 많이 해야 한다고 하던데 글을 써 보는 것도 그 중의 하나라고 했다. 나도 불행한 죽음이 아니고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죽음을 맞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비록 서투른 글이지만 낑낑거리면서 일상과 주변에서 보고 들은 이야기를 이렇게 써 보고 있다. 그리고 할머니의 그 실갱이에도 감정 표출 하나 없이 차분히 할머니를 대하던 간호사가 참으로 아름답게 보였다. (2004.12.19. 綠山 李潁範)
<손자의 입영신고>
그것도 생명이라고
엄마의 뱃구레를 사정없이 찼다
엄마를 놀라게 하고
아빠도 놀라서
엄마의 불룩배에 귀를 가져가게 했다
엄마도 아빠도 신기하고 감격해서
파안대소 맞장을 쳤다
고추라고
엄마의 산고 온데간데 없고
만면에 기쁨이 가득했고
동네방네 자랑을 했다
애지중지
엄마와 아빠는 밤잠을 설쳤고
눈 귀 코 쫑긋 세우고
진자리 마른자리 가리느라
손 마를 날이 없었다
할배 할매도
금이야 옥이야 둥둥이었고
눈 귀 코 세우고 밤을 설쳤단다
그것도 사람이라고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것은
입에 넣고 던지고 올라서고
집안에 남아나는 것이 없었다
어느새 넘어지고
떨어져서는 까무러치고
엄마 아빠의 가슴을 철렁하게 만들었다.
이제는 제법 컸다고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는 것은 다
뭐야? 왜? 또 뭐야? 왜?....
할배 할매 따라다니면서 귀찮게도 했지
나중에는 할배도 할매도 대답이 궁해지고 말았단다
어느새 다 컸다고
엄마 아빠의 말을 거스르기도 했고
투정을 부리기도 했지
그러나 엄마 아빠에게는
든든한 기둥이고 자랑이었단다
할배 할매 사랑도
엄마 아빠의 사랑을 앞서고 있었단다
너의 입영신고
두려움 없고 자신감 넘치는 신고였다
눈물겹도록 자랑스러웠고 감격했다
손자!
언제 이렇게 커 버렸지!
할배 할매는 놀랍고 대견하기만 했다
손자!
입영훈련 많이힘들었지?
그래도 지금은 느낌도 생각도 많고 보람도 있지?
그리고 시원하고 자랑스럽기도 하고?
그것이 바로 너도 모르게 주어지는 자신감이란다
손자!
장하다
앞으로 더 나아가
가족의 버팀목 되고
나라의 간성이 되어라
|
군복 시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