使役旅行인가 治癒旅行인가(2) 

  이번 여행을 위해 중문단지내 5성특급호텔인 더스위트호텔로 예약을 했다고 한다. 기대를 갖고 출발했다. 서울 날씨는 더위에 습도까지 높아 기분이 좋지 않고 몸도 찌뿌드드하다. 말썽 많던 대한항공으로 제주공항에 내리니 맑은 날씨에 기분이 산뜻하다. 습도가 서울보다 높지 않아서인가보다. 렌터카를 타고 식당을 찾아 요기하고 중문단지로 달렸다. 시가지와 도로는 깨끗하게 잘 정비되었고, 가로수로 심은 야자수도 자리를 잡아 남국의 정취를 느끼게 했다. 아내가 투병중인 2년 전에 비하면, 훨씬 좋아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제주여행엔 때 묻지 않은 수려한 자연환경과 육지에서는 맛보지 못하는 음식이 여행의 매력이다. 거기에 더하여 제주방언은 친근감을 준다. 구덕(바구니의 일종), 올레(골목에서 집마당으로 들어오는 짧은 골목), 허벅(물동이의 일종), 혼저옵서예(어서오십시오), 외돌게, 묻는 말끝을 ‘..과‘로 하는 것을 보면 제주방언은 제주원주민의 정서가 깃든 귀한 유산이란 생각이 든다. 육지의 각지방 방언은 표준어로 인해 많이 사라졌는데 제주방언은 그 명맥을 아직까지 유지하니 다행이다. 오름은 단성화산(單性火山)의 한 유형으로 대부분 화산쇄설구(火山碎屑丘) 분석구(噴石丘)에 해당된다. 분석구는 폭발식 분화로 방출된 화산쇄설물이 분화구를 중심으로 쌓여서 생긴 원추형의 작은 화산체를 말한다. 또, 곶자왈은 가시와 덩굴이 뒤섞인 숲을 가리키는데, 외지인에겐 생소하다.

   제주도하면 육지에서 접할 수 없는 기대되는 음식이 있다. 흑돼지삼겹살, 갈치국과 조림, 볼락물회와 매운탕, 성계알비빔밥, 옥돔구이, 조생귤 등이 지난여행에서 좋은 기억으로 각인되어 다시 먹고 싶다. 이번 여행에는 제주토속음식점에서 갈치국, 갈치조림, 성계알 비빔밥, 볼락물회 등을 골라 들었다. 또 이 맛을 보려고 해녀촌, 유리네식당, 상춘재, 덤장 등 전통토속음식점을 찾아 미각을 돋웠다. 서귀포오일장은 규모도 크고 다양한 제주상품으로 구매욕을 자극해 말린 갈치와 갯장어를 사고 택배를 부탁했다. 솔직히 체력이 쇠약해지고 있으니 이번이 마지막이 될지 모른다는 아쉬운 생각이 들기도 했다.

   사실, 제주로 피서를 간다지만, 피서보다 기분전환여행이라는 게 더 적확(的確)할 거다. 피서는, 뜨거운 날씨에 외부로 나가 폭염의 고통을 피하기보다, 집에서 냉방기를 시원하게 틀어놓고 반바지에 런닝차림으로 대나무자리에 앉아 형식에 구애 없이 아이스크림이나 수박을 먹으며 뒹구는 맛이 훨씬 경제적이고 본래의 피서목적에도 부합한다. 이 더위에 그렇게 많은 인파가 피서지에 몰려 왜 비싼 돈을 들여 비위생적인 목욕(?)을 하고 돌아오는지 궁금하다. 참여인원밀도로 보면, 물놀이장이나 해수욕장의 밀도가 목욕탕보다 훨씬 높고 배설물로 비위생적일 게다. 우리의 피서는, 어쩌면, 비싼 돈을 들여가며 고생을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돈이 아깝다는 느낌마저 든다.

   우리가 묵은 스위트호텔은 복층방이었는데 깨끗하고 냉방이 잘되어 좋았다. 제주도는 햇볕이 쨍쨍한 낮에도 휴양림에 들어가면 바람이 불고 습도가 낮아 시원하게 느껴져 좋았다. 아침은 호텔뷔폐식으로 하고, 점심 저녁은 관광을 하며 토속음식을 들었다.

  제주의 경관 중에 정방폭포와 비자나무 휴양림은 그 자체가 좋았다. 130여계단을 오르내려야 하는 정방폭포는 무릎관절통으로 매표소 관상으로 만족해야 했고, 계곡의 폭포를 감상하며 물에 발을 담그는 절물휴양림피서는 왕복급경사로에 자신이 없어 휴양림의 평상에서 더위를 식혀야 했다. 5,60년생 비자나무가 울창한 휴양림엔 피톤치드가 많아서인지 덥지 않고 시원한 바람이 상쾌했다.

   차량이동 중이나 휴양림 휴식을 하며, 음식점에서 식사를 즐기며, 아침저녁으로 아내와 딸과 전에 없이 많은 대화를 나눠 서로를 조금 더 이해하게 되었으니 이게 여행에서 얻은 가장 큰 수확이리라. 처음엔 사역여행이란 생각에 그다지 매력이 없었으나, 가족 간에 서로를 조금씩 더 이해하게 되었으니 휴양여행을 지나 치유여행이 된 게 확실하다. 여행을 즐기고 제주공항인근마트에서 조생귤 2상자를 샀다. 하나는 우리 몫이고 하나는 외손녀들 몫이다. 이렇게 치유여행을 마감하고 차를 반납했다. 기내에서 주는 주스 한 잔을 마시니 서울이다.

  집에 오는 시간은 왜 그리 밀리는지 택시는 제주에서 서울까지 오는 시간보다 2배 가까이 더 걸리고 날씨가 무더워 짜증이 났지만 즐거웠던 여행이 지워질까봐 애써 참고 집에 도착했다. 우선, 냉방기를 켜고 샤워를 하고나니, 우리 집이 몸과 마음의 피로를 녹이고 아늑히 감싸주는 천국(天國)이다. 천국은 닿지 않을 듯 높은 곳에 있는 게 아니고, 마음속에 있다는 걸 실감한다.  

  이번 여름에 2박3일간 제주해협을 지나 탐라국까지 한 해외(?)여행에 감사를 표했다. 탐라는 삼다(三多)의 특징이 있다지만, 지금은 남녀비율이 거의 같으니 이다(二多)이다. 금년 여름의 제주 치유여행뿐아니라, 봄에는 강원도 동해안에서 대게와 홍게로 포식을 했고, 방송에 소개된 춘천닭갈비와 평양냉면에 <그때 그빵집>에서 먹은 앙꼬빵맛도 잊을 수 없다. 광주곤지암 LG화담(和談)숲은 인간과 자연의 조화로 더블어사는 지혜를 터득하게 하는 창업자의 높은 정신에 머리가 숙여졌다.

   이만하면 가족간 소통과 화목의 매개인 휴양여행을 거친 치유여행을 자랑할 만하지 않은가? (2018.8.12) 

 東巖 李學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