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영어

내가 미국 이민 온 지 15년째다. 지금은 묻는 사람도 없지만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영어 얼마나 늘었느냐고 묻는 사람 적지 않았다. 내가 한국에 있을 때 보다 줄었다고 하면 빈정댐이나 농담으로 듣는데 아니다 진지하게 하는 말이다. 한국에 있었다면 범람하는 영어에 답답해서라도 사전도 찾아보고 물어도 보겠지만 여기서는 그럴 필요 없다. 병원이나 관공서에 갈 일 있으면 사위나 손녀 데리고 가서 앉아 있으면 된다. 그렇다고 벙어리 노릇 하는 건 아니다. 눈 마주치면 고개 까딱 하거나 웃으면서 오른 손 번쩍 들고 하이 하면 상대도 반갑게 받아 준다.

근처에 고교 동창 몇이 있는데 K와 자주 전화 한다. 둘이 통화하면 다른 사람보다 시간 더 걸린다. 둘 다 귀가 갔고 K가 한국말이 서툴고 나는 영어가 서툴러 잠깐잠깐 조율해야 해서다

-1945년 진주한 미군들(백인 흑인 처음 봄)이 하는 이상한 말이 영어 인 줄도 몰랐다

-1946년 8월에 외할아버님이 돌아가셔서 차일치고 초상 치르는 밤에 무섭게 생긴 미군 헌병들이 놀란 듯이 와서 뭐라고 한다. 외삼촌이 뭐라고 해 주니까 고맙다며 간다. 친구들에게 자랑 많이 했다.

-뒤에서 어른 두 사람이 한국 말로 이야기 하며 따라 오기에 뒤돌아 보았더니 한 분은 백인이시다. 깜짝 놀랐다. 그 때가 서양 사람이 익숙치 않은 1950년대다.

-(영어와 미국어) 중학 1학년 때 노인 선생님은 영어를, 젊은 선생님(김동성 선생님, 공보부 장관 역임)은 미국어를 가르쳐 주셨다.

-1964년 호크 교육 받을 때 보면 영어 실력이 중. 한. 일 순이었다(김 집사님이 ‘핫도 고히’가 무슨 말이냐고 물으셔서 머뭇거렸더니 “Hot Coffee’의 일본식 말 이라고 하심)

-손주들이 우리와 스스럼 없이 한국말로 대화하기 때문에 영어 한다는 것 잊고 있다가 영어 하는 것 보면 신기하고 대견하고 귀엽다.

-손주들 중에는 혜리(금년에 대학 졸업)가 한국말 가장 잘 한다. 한국 노래 따라 해서 그런가 보다

-노인 영어 강습이 여기 저기 있는데 나는 관심 없다. 잘하는 것인지 잘못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이제는 영어 괜챦다

안 녕 !    벗 님 네 들 !

                                                                       김 상 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