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2월, 동기회 home page에 동기회수첩 이라는 글을 올렸다. 그 서두는 이렇다. "몇일전 동기회 수첩을 무심코 보다가 회원 현황에 생각이 닿았다.   총인원 178명중 작고 인원이 41명, 작년에 세상을 뜬 2명을 합하면 43명이다. 이 숫자를 178명으로 나누었더니 25%에 가깝다. 4명중 1명이 세상을 떳다."

이현황을 5년이 지난 오늘과 비교하여 58명을 178명으로 나누었더니 30%에 가깝다. 3명중 1명이 세상을 떴다.몇년 지나면 두 사람중 하나는 하늘나라에 가 있을 것이다. 수첩 한장 한장을 넘기며 강씨에서부터 황씨까지 혜아려 보니 그래도 건강해 보이는 동기는 4명에 한명 쯤 된다. 80대 중반을 사는 우리의 모습이다.

그런데 최근 세상을 뜬 몇 몇 동기는 마지막 몇달 또는 몇년을 우리가 만나려 해도 만날수가 없었다. 왜 그럴까? 삶이 관행이 되면 본질을 잊어버리기 쉽다. 본질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지 않으면 생각하는대로 살지 못하고 사는대로 생각하게 된다. 말년에 자신의 병약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은것이 도리라고 생각해서 연락을 끊거나 면회를 사절한다면 젊고 활기 찰 때의 모습은 내 모습이고 노쇠하고 병약한 모습은 내 모습이 아닌가?

우리를 이 세상에 보낸 이가 창조주인 이상 우리를 다시 무덤으로 보내는 이도 창조주이다. 그래서 창세기 3장 19절에 "너는 흙이니 흙으로 돌아갈 것이니라"라고 명하였다 .이는 만고불변의 진리이다. 그러고 보면 우리의 모습이 주름이 지고 노쇠해지는것은 흙으로 돌아가는 당연한 과정이다.그런데 이 과정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거역하는것은 피조물인 우리가 창조원리를 거역하는것이다. 저녘 하늘에 황혼이 새벽 일출 보다 더 찬란하고, 봄철의 새싹보다 가을철 단풍이 더 아름답다. 단풍이 땅에 떨어져 흙으로 돌아가는 모습 역시 아름답다.

19년전 96세된 어머니께서 임종을 몇일 앞두고 서울에서 제주까지 내려온 열살난 증손자를 앙상한 가슴에 안고 마지막 축복 기도를 하는 모습을 잊을수 없다. 오늘도 그 모습이 맑은 샘물이 되어 내 마음을 적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