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0월,임관 50주년을 기념하여 동기생 30여명이 4박5일간 산동성의 태산과 공자의 고향 곡부를 여행한적이 있다. 중국의 역대 통치자 72명 모두 그 정상에 있는 옥황상제 사당에 제사를 드렸다는 태산에 오르고 곡부에서 공자의 유적 孔府, 孔廟, 孔林을 둘러 보면서 한국을 포함한 동양문화권을 형성한 그 뿌리를 찾아보는 뜻깊은 시간을 갖었다. 그런데 첮날 밤을 쉬고 나니 주일이었다.호텔부근에 교회를 찾아 보았으나 있을 리 없다. 아침에 같은 방을 쓰는 朗山을 깨워 작은 탁자를 가운데 두고 양쪽 의자에 나란히 앉아 주일 예배를 드렸다. 가지고 갔던 성경책으로 찬송을 부르고 여행에 대한 감사기도를 하고 시편 1편 "복있는 사람은 악인의 꾀를 좇지 아니하고 - - - - " 을 읽은 다음 주기도문을 암송함으로 아침예배가 끝났다. 랑산은 물론 크리스찬이지만 예수쟁이와 한방을 썼다가 아닌 밤중에 홍두깨를 만난격이다. 그래서 이 예수쟁이 홀애비를 어떻게 구제할까?주위에 예수쟁이 할마시가 어데 없나 하고 찾았으리라. 몇일 후에 랑산 아주머니에게서 전화가 왔다. 심여사 하고는 옛날 총각시절 춘천에서 근무할때 신혼 살림집에 시도 때도 없이 습격하여 대접을 받으며 지낸 가까운 사이다.심여사는 같은 아파트에 살고 혼자된지 40년이 지난 구역식구를 소개 하겠다고 한다. 고 권사를 먼저 보내고, 이세상에 혼자 왔으니 남은 여생 혼자 살다가 혼자 가리라던 생각에 파동을 이르킨다.어리석은 생각인지 모르지만 부모님이 95, 96에 가셨으니 이를 기준하면 앞으로 20년간 여생을 같이할 길동무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이 바뀌었다.그 생각이 맞는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만난지 어느새 10년을 바라보고 있으니 - - - - . 얼마후 심여사가 소개하는 이 권사와 서교호텔 커피숍에서 마주 앉았다. 그런데 처음 만나는 사람이 30분 늦었다. 이유인즉 교회 전도사의 간청으로 구역 심방에 동행 했다가 늦었다 한다. 여생을 좌우할 "선 보는 일"을 앞두고 구역 심방에 동행하는 이권사의 신앙에 감동을 받았다. 서교동에 가끔 오신 일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합정역 근처에 18년간 다녔다고 한다.그러면 이근방에 살았겠네요 라고 했더니 다음과 같은 가슴 따뜻한 이야기를 한다.아래는 이권사가 말한 이야기를 요약한 것이다. 이 권사가 어렸을 적에 이북에서 넘어온 안나라는 친구가 있었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서 어머니가 세우젖 장사로 가계를 꾸려 나갔다. 집안에 반찬이라곤 세우젖 밖에 없어서 너무 짜게 먹어서인지 젊어서 신장이 상했고 세월이 지나서는 혈액 투석까지 하게 되었다. 그때 안나는 양화진입구 철로길 옆 반지하에 살았는데 거기로 부터 한양대학 병원 투석실까지 매주 다녀야 했다.안나를 대리고 일주일에 처음에는 한번에서 나중에는 세번까지 16년간 동행한 끝에 안나는 하늘나라로 갔다. 천주교 의식으로 장례를 치룬뒤 화장을 하고 그 재를 산 기슭 나무 뿌리에 뿌렸다.안나가 속한 성당 수녀님과 함께. 그뒤에도 아직 어린 조카들을 위해서 이 권사가 살던 반포에서 합정동까지 김치랑 밑 반찬을 들고 매 주 지하철로 2년간 다녔다. 이렇게 해서 합정동 서교동 일대와 친숙해졌다고 한다. 이 말을 듣고 평생 자아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살아온 나에게 이권사는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이거나 아니면 바보로 보였다. 그날 저녘 나는 이권사에게 "오늘 참으로 즐거웠고 행복했읍니다" 라고 전화를 했다. 이권사와 동행하게된 과정을 생각해 보면 섭리 아닌게 없다. -그날 서교호텔 커피숍에서 안나 이야기가 없었다면? 우리의 동행이 이루어 졌을까? -그 엣날 춘천에서 랑산가족과 친밀한 관계가 없었다면 우리의 동행이 이루어졌을까? -산동성 여행시 심여사가 같이 갔다면? -그날 랑산이 아니고 다른 동기와 같은방을 썼다면? -주일날 랑산과 아침에배를 드리지 않았다면? -심여사와 이권사가 같은교회에 다니지 않았다면? -다른 아파트에 살면서 다른구역에 속하였다면? 이 밖에도 무수한 사건과 관계 중에서 하나만이라도 틀어졌으면 우리의 동행은 이루어지지 않았을것이다.창조주 하나님은 우리 개인을 향한 뜻이 있고 그 뜻은 섭리로 펼쳐 나가신다. .그래서 인생 말년에 외로운 세상길에 김 장로와 이 권사가 길동무가 되게 하시려고 시공을 초월하여 그의 보이지 않은 손으로 사사 건건 간섭하고 있음을 알수있다 .이것은 하나님이 우리를 사랑하지 않고는 못견디는 속성에서 온다. 우리가 우리 자녀를 사랑하지 않고는 못견디는것 처럼. 지금도 합정역 7번출구에서 백주년기념교회로 가는 골목에 안나가 살았던 다세대 주택이 있다.주일날 마다 이권사는 예배 드리러 그 골목을 지나 가면서 안나와 대화한다."안나야 잘 있니?.김장로를 만나게 해줘서 고맙다. 우리가 다시 만날 날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지?" 라고. 그리고 지난날 18년간 걸었던 그 골목길을 김장로와 함께 걷고 있다. (추이: 너무나 개인적인 이야기 이지만 도량이 넓으신 동기분들께서 이해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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安東 五味 五樂旅行-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