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과 나의 행복과 불행의 총량 

  행복이란 평소에 갖고 있던 욕망이나 희망이 충족되어 만족과 기쁨 즐거움을 느끼는 상태로 정의(定義)한다. 이 행복감은 어디까지나 주관적이다. 객관적으로 남의 행복을 정의할 수는 있으나, 객관적으로 평가한 행복도 본인이 만족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진정한 행복이라 할 수 없다. 각자의 욕망이나 희망이 모두 같은 것도 아니어서 성취로 얻는 만족도도 서로 같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각자가 갖는 행복과 불행의 총량은 어떨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복잡하고 철학적인 면을 떠나 범인(凡人)이 느낄 수 있는 평범한 행복과 불행에 대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정의나 설명을 아직 발견하지 못해서이다.

  주변을 둘러보면, 가정적으로나 경제적으로 교유관계에서 남이 부러울 정도의 삶을 누리는 사람을 발견하게 된다. 그러면, 그는 매우 행복한 노후를 보낸다고 부러워한다. 실제로, 그 사람자신도 행복하다고 느끼는지는 미지수(未知數)이다. 만일 주위에서 행복할 거라고 부러워해도, 본인이 행복하지 않고 불행하다고 느끼며 산다면 그 삶은 행복하다고 할 수 없다. 그 반대로 돈도 없고 권력도 가족도 없이 떠돌이생활을 하는 노인을 객관적 기준으로 판단하여 가족도 돈도 없는 불행한 노인으로 평하는데도, 본인은 세상을 긍정적으로 보고 행복하다고 느끼며 만족한 삶을 산다면 그는 행복한 사람이다. 이렇게 행복과 불행을 판단하는 기준은 객관적이 아니고 주관적이라 할 수 있다.

  흔히 말하기를 젊어서는 고생을 해도 늙어서는 안정된 삶을 살아야 행복한 거라고 말한다. 그래서 노인의 행복조건을 건강과 경제력과 할 일과 친구를 꼽는 게 일반적인 조건들이다. 이중에서 본인 외에는 할 수 없는 게 있다. 그것은 건강이다. 건강은 의학이 발전했어도 전적으로 본인 책임이 크다. 경제문제는 돈이 부족하면 자식의 도움을 받던가, 요즘 유행하는 역모기지론으로 주택연금에 가입하거나 대출을 받아 해결하고, 친구와 할 일은 돈이 있고 건강하면 친구가 모여들어 해결할 수 있으니 다른 사람이 해결해 줄 수 없는 건강이 제일 중요하다.

  그런데 여기에서 주의할 사항은 젊은 미스터코리아처럼 근육이 발달되고 빨래판 같은 복근(腹筋-뱃살)이 필요한 게 아니다. 늙으면 자연히 근육도 감소하고 기력도 쇠약해지니 연령에 맞게 걷기운동과 가벼운 운동으로 건강을 유지하는데 목표를 두어야 한다. 자기 기력과 연령은 고려치 않고 외부의 시선을 의식한 허풍에 쌓여 무리한 헬스나 운동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단련을 하면 오히려 병이 나고 생명을 위협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매일 10km를 달리며 건강을 과시하던 노인이 먼저 하늘나라로 떠났다. 그는 자기 연령과 기력을 고려치 않고 과시하려고 매일 무리하게 운동하여 기력이 쇠진했기 때문이었다.

  건강은 정신적 육체적건강을 포함하는데,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육체적 건강만 중시하여 건강을 유지하려 한다. 육체는 정신에 종속되어, 정신건강을 유지하지 못하면 육체적 건강도 유지할 수 없다. 좋은 예로 하룻밤을 심각하게 걱정을 하며 보내면, 머리가 희어지고 살이 쫙 빠져 못 알아볼 정도로 초췌해진다. 정신건강을 유지하는 것은 마음의 안정과 긍정적인 사고(思考)에 달렸다고 한다. 신부 목사 승려 등 진정한 성직자(聖職者)를 보면 온화한 표정에 안정된 자세로 우리까지 편안하게 한다. 그래서 그 종교에 귀의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

  다양한 인간들이 갖는 행복의 양(量)은 얼마나 차이가 날까하는 의문이 든다. 지위가 높은 고관 중에는 가정이 불화하는 경우도 있고, 돈이 많은 부자 중에는 건강이 안 좋은 자도 있으며, 가난하고 보잘 것 없는 지위에 근근이 살아도 건강하고 우애가 있어 부자 못지않게 존경받고, 이웃에 베풀며 사는 마음이 부자인 사람들을 보면 신은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복을 나누어주워 행복과 불행의 총량은 같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니 내가 가진 복이 적다고 불평할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이 갖지 못한 복을 누리며 산다고 자위하며 이웃과 더욱 정을 나누며 보람된 삶을 사는 게 복을 누리며 행복하게 사는 방법이 아닐까?

  이러한 복은 신이 우리에게 처음부터 주어진 게 아니고 살아가면서 복을 캐고 갈고 닦으며 살아 빛을 발하면 주변에서 부러워하고 사람들이 모여 서로 기쁨을 나누는 복을 누리게 되고, 오만과 독선으로 그 빛을 잃으면 냄새나는 오물이 되어 뭇 사람이 근처에도 오지 못하게 하는 경계나 천대와 멸시를 받는다. 이런 사람은 정신적으로 고민이 많고 주변사람들에게도 부담이 많아 육체적인 건강까지 나빠져 단명하게 된다.

  그래서 옛 어른들은 하늘을 노하게 하면 화를 받는다고 경계했다. 곡식을 팔 때는 넉넉하게 주어 가난하여 곡식을 사먹는 사람의 마음이 흐뭇하게 하고, 남이 보지 않는다고 남의 물건을 탐내지 말며, 불쌍한 이웃을 성의껏 도와주라고 가르쳤다. 지금의 과학적인 상식으로 벼락을 맞는 것은 자연의 이치로 재수가 없어 하나의 불행을 겪은 것인데, 이는 하늘의 노여움을 샀기 때문이라고 죽은 사람을 경계했으니 죽은 사람은 얼마나 억울했겠는가? 이렇게 바른 마음을 갖고 이웃과 어울려 살기를 권했다.

  사실 각자가 받는 행불행(幸不幸)의 총량은 계량할 수도 없고 비교할 수도 없다. 단지 심적으로 나는 남이 갖지 않은 복을 누린다고 위안하며 세상사람들 모두가 값진 행복과 불행의 총량은 같다고 믿으며 사는 게 복을 누리는 가장 좋은 방법이리라. 옛 어른의 가르침을 되새기며 오늘을 복되게 사는 방법을 찾아본다. (2019.1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