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희망수명(希望壽命)은 과욕일까? 

   흔히 인명(人命)은 재천(在天)이라고 하여 수명은 자기의 의지가 아니라 하늘에서 주니 운명적이라 말한다. 과연 그럴까? 건강을 유지 강화하는 방법은 개인 책임 하에 노력하여 되는 것도 있고 선천적으로 부모로부터 받은 유전적인 요인도 있다. 유전적인 요인이 아무리 좋다 해도 개인이 노력을 하지 않아도 자연히 건강을 유지 강화되는 사람은 없다. 게으른 사람은 이런 건강유지법이 나에게도 찾아오기를 기대할지 모르나, 그런 요행은 없다는 게 실증적 결론이다.

   사람의 복은 일반적으로 오복(五福)이라 하여 예부터 수(壽=수명)‧ 부(富=재산)‧ 강녕(康寧=건강과 평안)‧ 유호덕(攸好德=베풀고 나눔)‧ 고종명(考終命=수명 다하고 고통없는 죽음)을 든다. 이중에 본인의 노력에 의해 어느 정도 달성 가능한 것은 수‧ 부‧ 강녕‧ 유호덕이 될 것이다. 오복 중에 개인의 노력에도 이루지 못하는 것은 고종명이 아닐까한다. 즉 고종명은 타고난 수명을 다 누리며 오래도록 베풀며 살다가 병 없이 곱게 죽는 것이다. 촛불은 다 타고 불이 꺼질 때, 마지막으로 밝게 빛나 잠시 방안을 환하게 비춘다. 사람도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다가 주위에 마지막까지 좋은 일로 마감하고 떠나는 사람이 있다. 그래서 그의 일생은 빛나고 죽음을 애석해 한다.

   그런데 예부터 내려오던 오복은 현대에 맞지 않아서 수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현대적 5복이란 건(建)‧ 처(妻)‧ 재(財)‧ 사(事)‧ 붕(朋)을 든다.

   건(建)은 아무리 재산이 많고 할 일이 있어도 건강이 나쁘면 이룰 수 없어 <재산을 잃으면 조금 잃는 것이오, 건강을 잃으면 전부를 잃는다>고 말할 만큼 중요하다. 처(妻)는 옆에서 사심 없이 돌봐줄 사람 즉 배우자(配偶者)를 말하는데 남자에겐 아내(처), 여자에게는 남편(夫)을 뜻한다. 재(財)는 남에게 아쉬운 소리를 하지 않고 살아 갈 수 있는 재산을 뜻한다. 재산이 없으면 자식한테도 홀대받고, 친구들이 놀이에 끼워주지도 않는다. 사(事)는 사람은 할 일이 있어야 의욕과 생기가 돌고, 목표가 있어야 이루려는 성취욕을 자극해 적극적인 삶을 살아간다. 할 일 없는 삶은 지루하고 희망이 없다. 이로써 삶의 보람과 건강을 유지할 수 있고 다른 사람의 멸시를 받지 않고 존경을 받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붕(朋)은 나를 이해할 수 있는 참된 친구를 말하는데, 참된 친구는 즐겁거나 어려울 때, 괴롭거나 슬플 때 늘 배려하고 충고 조언하여 이 세상살이가 외롭지 않게 한다. 이런 사이가 되려면 내가 먼저 상대에게 친한 친구가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런 제요건을 고려한 오복은 말로는 쉽고 가능하다고 생각되나, 복잡한 인생사에 쉽게 얻고 누릴 수 없는 게 사실이다. 오복은 주어지기보다 내가 노력한 결과로 얻어지는 게 아닌가 한다. 또 아무리 오복을 타고났다 해도 복을 유용하게 활용하지 못하면 없는 거나 마찬가지가 되리라. 그래서 복을 캐고 갈고 닦아 더욱 빛내지 않으면 복의 때깔 성과도 시들해진다. 누구나 멋지고 보람되며 유익한 삶이 마지막까지 유지되기를 원하니까….  

   오복을 다 누리지 못해도, 언제까지 건강한 몸으로 복을 누리며 살지 모른다. 건강이 악화되어 언행이 부자연스럽고 불편하게 행동하며 사는 것은 상상하기도 끔찍하다. 내 의지대로 생각하고 행동하며 건강하게 살기를 원하는 이유가 있다. 그것은 지금까지 썼던 글들이 다른 사람들에겐 별것이 아닐지라도 나에겐 소중하니, 이것을 정리하는데 몇 년이 소요될 것이고, 쓰고 있는 수필집과 우리집 가승을 완료하고 싶어서다. 또 5년 후, 결혼 60주년기념일에 가족들 축하를 받으면서 아내가 시집와서 고생을 많이 해서 오늘 너희들이 있다고 위로(慰勞) 광고하고 싶어서다. 그때까지 건강을 원하는 게 너무 큰 욕심인가???

   또 더 할 수 있다면, 지금 15살, 14살인 손자한테 취직한 후에 주는 용돈도 받고 싶다. 장래의 귀여운 증손주에게 딸랭이 장난감이라도 사주려고…….(2019.1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