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후임(先後任) 갈등해소(葛藤解消)가 발전

   우리는 민주국가, 민주시민을 자처하면서도 생각과 행동은 전제국가 내지 봉건전제시대의 틀을 벗어나지 못한 경우를 종종 본다. 물이 흘러 내려가며 새로운 물이 채워지듯 시간이 흐르면 후손이 대를 이어 주어진 임무를 계승하는 게 역사의 이치이다. 아무리 똑똑하다고 자처하는 자도 이 역사의 순리(順理)를 거역하지 못했다.

   이 세상엔 많은 일이 있고, 짧은 생을 사는 어느 개인이 문제를 모두 해결하려는 야욕은 허망한 꿈이 될 가능성이 높다. 대부분의 사업은 장기적인 실천이 요구되어 그렇게 단번에 해결할 수 없는 일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느 사업은 기본틀을 구성하는데, 기초를 다지는데, 1단계사업에 치중하여 한 단계씩 처리하여 완성한다. 서양의 유명한 건축물인 로마 바티간시국 대성당은 1506년부터 짓기 시작하여 1626년까지 120년이 걸렸다고 하고,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 천진암 성지에 세워질 천진암 천주교성당은 100년계획으로 공사중에 있다. 불교암자였던 천진암은 1779년 남인 계열 유학자 정약용, 이벽, 이승훈 등이 모여 감시를 피해 천주교 서적을 읽고 토의하던 장소로, 한국 천주교의 발상지로 꼽히는 곳이다. 이승훈은 1784년 한국인으로는 처음 세례성사를 받았다. 천진암성당은 한국 가톨릭 전래 300주년이 되는 2079년 완공을 목표로 공사가 진행 중이다. 이 성당공사도 천진암성당 공사측과 불교계, 지방행정기관간에 이견을 보이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선 후임간의 업무인계가 원활하게 이행되어 장기사업이 제대로 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대통령에 당선되면 전임자를 부정축재 적폐(積幣), 독재자로 몰아 비난을 받게 하거나 소송에 몰려 벌을 받는 경우가 많다. 정권을 잡고 있을 때는 충언(忠言)한번 하지 않고 굴종(屈從)하다가 정권이 바뀌면 갑자기 정의의 투사가 되어 상대의 등에 칼을 꽂는 경우를 본다. 이게 잘하는 짓인지, 잘못하는 짓인지는 국민이 냉정히 판단해야할 문제이다. 지금 전임자를 이렇게 죄인으로 만들면, 자기도 퇴임 후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이래서 우리나라는 한일 강제병합 후 100년이 지나는 동안 많은 애국지사가 일제와 싸워 독립운동을 했고, 국가안보와 경제안정을 위해 청렴과 국민복지에 헌신한 대통령이 있지만 정당하게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

   아직까지 우리는 그 많은 독립운동가‧ 정치가‧ 선각지도자 중에 국민의 사랑과 존경을 받는 애국자 선각자가 없는 이유를 곰곰이 생각할 문제이다. 그들에게 무슨 핑계를 대여 전임자를 나쁜 인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소위 정치인들과 여론주도그룹에서 정권탈취를 위해 영 호남 수도권지역으로 가르고, 보수진보로 나누어 상대의 약점을 침소봉대하고 파렴치범으로 만들거나 독재탄압자로 만들어 선정(善政)을 베푼자가 하나도 없게 했다. 오히려 우리 대한민국과 대적(大敵)한 북괴 지도자가 이들보다 더 좋다고 평가하는 괴형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는 우리 국민 모두가 냉정하고 예리하게 역사의식으로 인물을 재평가할 일이다.

   이렇게 대통령부터 말단 공무원까지 특히 선후임간에 선임자의 업적을 지우려는 경향이 짙은 것은 국민의 인기를 얻으려는 의도인데, 정치색깔을 달리할 경우는 더 추하고 상상할 수 없는 보복성인 경우도 나타난다. 그래서 비서관이나 지원그룹은 전 후임그룹으로 갈려 원수지간이 되는 경우도 많다. 이는 공무원의 엄정한 정치적 중립과 신분보장책으로 어느 정도 해결 할 수 있으리라. 이들은 자기들이 살기위해 죽기 아니면 살기로 싸우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군인의 경우 최종적인 결심과 책임은 지휘관이 지니, 이런 제도에 길들여진 군부대는 지휘관의 교체로 몇 년간 계획에 의해 많은 인력과 예산을 들여 구축한 부대진지가 바뀌는 것은 통상있는 일이고, 정문까지도 바뀌는 낭비를 본다. 그러면서 전임자는 무능자이고 부정축재자로 치부하는 경우도 있다. 전임자와 함께 근무했던 참모들은 꿀먹은 벙어리가 되어 입을 다문다. 변명이나 당위성을 설명하지도 않으니 전임자의 업적은 예산도 과도하게 쓰면서 부실공사를 한 적폐로 몰려 심혈을 기우린 공적은 진가를 평가받지 못한다.

   이는 특정 분야의 예를 들었지만, 국가사업 전반에 이런 일이 자주 등장한다는 사실은 심각한 문제이다. 잠시 자기의 기분을 내고 인기를 얻으려고 막대한 예산과 노력을 들인 사업을 가볍게 하는 말 한마디로 무용지물로 만드는 것은 이적행위이다. 단기계획이 아닌 장기계획을 세워 연도별로 시행하고 그 중에 잘못된 점이 있으면 수정보완하거나, 임기내에 전사업을 완료하지 못하면 연차계획에 따라 완전하게 한 후 후임자에게 인계하고, 후임자는 전임자의 계획과 실적을 인계받아 중단없이 사업을 계속하는 풍토가 조성되어야 한다. 이렇게 해야 자원낭비가 없이 중단없는 발전을 이루고 전임자의 적폐몰이도 사라질 것이다.  

   우리는 한정된 시간과 자원을 최적의 상태로 활용하여 국가발전의 꿈을 이룰 사명을 잠시 위임받았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다른 당으로 정권이 바뀌어도 안보‧ 외교‧ 경제‧ 문화 등 제 분야에서 국가발전이 계속되는 전통을 이뤄야 한다. 이게 국민이 여야(與野) 정치인에게 바라는 게 아닌가? (2019.12.23.)

東巖